사무실 털리니 반강제로 직원 집 턴 경남도…인권 침해 논란까지

경남도 임기제 공무원 임용 시험에 응시한 ‘공시생 서류 절도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내부 소행으로 의심한 나머지 규정이나 근거, 동의 없는 경남도 간부공무원의 초법적 지시에 반강제적으로 직원들의 집과 차량을 조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공시생 절도 사건과 관련 인권 침해를 받았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경남도청공무원노조.

수많은 폐쇄회로(CC)TV와 여러 명의 청원경찰이 야간근무를 서고 있었음에도 침입 사건이 벌어져 보안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에 이어 인권 침해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점입가경이다.

 

4일 경남도청공무원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30일 발생한 도청 인사과 사무실 침입 절도 사건의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히기 전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내부 직원들이 부당한 압력과 인권을 침해당했다고 밝혔다.

 

경남도가 진행한 임기제 공무원 임용 시험에 응시한 30대 A씨는 최종합격자 발표를 하루 앞두고 심야에 사다리를 이용해 도청 인사과 사무실에 침입한 뒤 관련 서류를 훔쳐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도 자치행정국장 B씨는 당일 오전 관련 서류가 사라진 것을 파악하고 인사과 직원들을 불러 “지금 자수해라, 그렇지 않으면 해임될 것이다”고 추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내부 소행으로 의심해 어떠한 규정이나 근거, 동의도 없이 인사과 직원들의 차량과 심지어 집까지 조사하면서 논란이 더욱 증폭됐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경남도의 이 같은 조처 때문에 경찰에 절도 신고가 늦어진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경남도청공무원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도를 강하게 규탄했다.

 

노조는 “외부 침입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내부 소행으로 의심이 됐더라도 사무실의 개인 캐비닛을 뒤지는 것도 모자라 직원들의 개인 차량과 집까지 조사한 것은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적법한 절차를 밟아 수사기관에 의뢰했어야 마땅했거늘, 경남도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며 직원들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았다. 이는 매우 심각하고 중대한 범죄”라며 “절도 범인이 잡혔으면 그만이다는 식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노조 기자회견 후 B씨는 노조 게시판에 사과문을 올렸다.

 

B씨는 “서류를 찾는 과정에서 직원들께 힘든 조치와 언행을 한 점 대단히 죄송하다. 서류 찾는 목적 외에 다른 의도는 없었지만 직원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점 깊이 반성하고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강수동 전국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은 “채용서류를 도난당한 보안시스템도 문제지만 그런 일이 발생하면 경찰에 먼저 신고하면 될 일인데, 직원들을 마치 범죄자 취급하면서 차량과 집을 뒤졌다는 건 인권을 유린한 반인권적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는 이 같은 지시가 적법 절차를 무시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하태인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한국형사법학회·비교형사법학회 이사)는 “수사기관에서도 수색하기 위해서는 영장이 있어야 하는데 영장도 없이 수색한 것은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이며 이는 헌법을 완전히 무시한 지시로, 적법 절차를 위반하면 그 모든 것이 무효”라며 “수색 나선 집에 그 가족들이 있었을 수도 있는데 이는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