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북 군산지역 해상교량인 동백대교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 초등학교 교사의 사망 원인이 과도한 업무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규모 학교이지만 정교사 3명이 대도시 학교와 동일한 방과후 학교와 돌봄교실, 현장 체험학습 등 업무를 전담하는 여건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4일 전북군산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A(38)교사가 소속한 학교는 관내 57개 초등교 중 한 곳으로 학생 수는 2, 5, 6학년 3개 학급에 10명, 교원은 학교장을 제외하고 학급당 1명꼴인 정교사 3명과 강사 2명으로 운영 중이다.
A교사는 이 중 진로·진학 등 업무가 가중되는 6학년 담임 업무 외에 방과후, 돌봄, 현장 체험학습, 정보, 생활 등 업무를 전담했다. 통상 6학년 담임 교사는 수학여행 추진을 위한 현장체험학습 등 외에 대부분 업무에서 제외되지만, 그는 교사가 부족해 모든 업무를 도맡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계는 방과후 학교나 돌봄교실 등은 강사 섭외와 민원 처리 등으로 매우 까다로운 업무로 분류하고 있다. 생활 업무 또한 학교폭력을 비롯해 인성·인권·안전 교육 등 학생 생활지도 전반에 관한 일이어서 교사들의 기피 업무 중 하나로 꼽힌다. 게다가 올해 들어서는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에듀테크와 4세대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 등으로 업무량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교사와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는 한 동료 교사들에 따르면 그는 “교사 생활 10년 만에 가장 힘든 학교생활이다. 학교 일로 스트레스받아 본 건 처음이다. 학교 일이 내 인생에서 열에 하나, 둘이었는데 지금은 여섯, 일곱이 됐다”며 업무 과중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교사는 숨지기 전날 업무에 힘들어하는 그를 위해 동료들이 제안한 회식 자리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건 발생 후 사인으로 제기됐던 승진 문제와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 것이라는 게 교육계 시각이다. 초등 교사 승진은 교직 경력 10년이 지나면서 준비를 시작해 대개 20년 차 이후부터 이뤄지는데, 고인의 경력이 10년6개월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개인적인 고민 등 다른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소규모 학교의 과중한 업무가 비단 그가 재직한 학교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A교사 사망의 보다 구체적인 사유는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군산해경은 정확한 사망 원인과 배경 등을 확인하기 위해 그가 남긴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전북교사노조는 “유족들이 “현재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수사 결과 발표 후 입장을 밝히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A교사가 근무한 학교 측도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입장을 밝힐 때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전북교사노조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 등 교원단체는 A교사의 사인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또 업무 과다로 인한 사인이 확인될 경우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군산해양경찰서는 지난 1일 오전 10시25분쯤 해상 수색에 나서 군산∼서천간 해상교량인 동백대교 아래에서 A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A교사는 전날 오전 7시55분쯤 경찰에 실종 신고가 접수된 상태였고 그의 차량은 동백대교 인근에 2시간여 동안 비상등을 점등한 채 주차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