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어나려 한다”라는 말의 반복이 인상적인 이 시가 드리운 풍경은 실상 초라하고 가엾기 그지없다. 꽃은커녕 죽은 새, 버려진 소파(하물며 버려진 줄도 모르는 소파), 부러진 탁자, 깨진 화분, 그리고 가까스로 이별의 길로 향하는 한 사람…. 때문인지, 무거운 숨을 뱉듯 반복되는 “꽃이 피어나려 한다”라는 말은 하나의 절실한 주문이 된다. 깨지고 있는 화분이 깨지려는 화분을 꼭 붙드는 것처럼.
알다시피, 제목 ‘필(必)’에는 ‘반드시’를 위시한 집념의 의미가 들어차 있다. 어쩌면 이런 집념, 맹목적 믿음은 가장 힘겨운 순간 쥐게 되는 마지막 방패일 것이다. 그로부터 기필코 길어 올린 “흰 무지개”여. 안간힘이여.
참고로, 이 시가 수록된 시집의 제목도 ‘필’이다. 그리고 시집에는 ‘필’이라는 같은 제목의 시가 처절할 지경으로 수두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