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부 주도에서 벗어난 민간 주도 우주개발을 뜻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의 새 이정표가 3일(현지시간) 찍혔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올해 62번째 궤도 로켓 팰컨9을 발사했다고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닷컴이 이날 보도했다.
팰컨9은 스페이스X가 개발한 재사용 가능 우주발사체다. 이번에 발사되는 로켓에는 스페이스X의 우주 인터넷 위성 ‘스타링크’ 21기가 실렸다.
이날 발사에 성공해 지난해 이 회사가 세운 총 61회 발사 기록이 경신됐다. 아직 연말까지 4개월 정도 남아 있어 이 추세대로라면 연간 세 자릿수 발사 기록도 기대된다. 머스크가 연초에 올해 100번의 로켓 발사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장담했는데, 그 말이 허언이 아니게 된 셈이다. DPA통신은 스페이스X의 ‘스타십’과 ‘팰컨헤비’ 등 개발 중인 로켓 발사까지 포함된 목표치라 실제 올해 발사 기록은 90여회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스페이스X는 2020년에 26번, 2021년에 31번, 2022년에 61번의 로켓 발사 임무를 수행했다.
앞으로 스페이스X의 발사 기록은 그대로 뉴 스페이스 시대에 하나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과거 항공우주국(NASA·나사) 주도의 우주개발 시대를 접고 민간 우주기업에 발사체 및 위성 분야를 넘기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고 있다. 민간 우주기업의 경쟁을 통한 저비용·고효율 우주 탐사 시대를 열기 위한 포석이다.
60여년 만의 인류 달 재착륙 계획의 첫 단계로 지난해 11월 발사된 아르테미스Ⅰ이 그 본격적인 서막이었다. 역대 최대 추력으로 설계된 이 발사체의 1단 로켓(SLS·우주발사시스템) 개발에 나사와 미국의 항공우주 기업 보잉사 등이 참여했다.
스페이스X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최종 성공해 인류가 달에 재착륙한 뒤 다음 목적지인 화성을 향할 때 쓰일 우주선도 개발 중이다. 그 우주선이 스타십이다. 사상 최대 크기로 제작된 스타십은 지난 4월 첫 시험발사에서 추진체와 우주선의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자폭 처리됐다.
스페이스X 외에도 보잉과 노스럽그러먼 등 미국의 거대 항공우주 기업과 여러 스타트업이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우주인과 물자를 보내는 수송선과 자체 우주정거장 개발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나사는 향후 이들 중 검증된 회사와 운송·사용 계약 등을 맺는 방법으로 우주 탐사 비용을 더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주요국이 우주 산업에 주목하면서 이 같은 뉴 스페이스 시대에 대한 전망도 밝다는 평가다. 최근엔 정보기술(IT) 강국 인도가 인류 최초로 달의 남극에 무인 탐사선을 착륙시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미국과 함께 국가 위주 ‘올드 스페이스’ 시대를 주도한 러시아가 먼저 달 남극 착륙을 시도하다 실패한 뒤라 더욱 주목받았다. 인도는 곧이어 아시아 국가 최초로 태양 관측을 위한 위성 발사까지 성공시켰다.
중국은 2004년부터 달 탐사 프로젝트 ‘창어 공정’을 진행 중이다. 2030년쯤 유인 우주선 발사와 월면 연구기지 설립 등이 목표다.
일본도 달 착륙선 소형 달 탐사선 ‘슬림’을 실은 H2A 로켓 47호기를 7일 오전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할 예정이다. 슬림은 내년 1∼2월쯤 달 착륙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슬림을 통해 목표로 삼은 달의 지점에 탐사선을 착륙시키는 기술을 검증할 계획이다.
문제는 돈이다. 미국처럼 연방정부 예산이나 민간 우주기업 개발 역량이 충분한 나라가 우주개발 경쟁에서 선두에 설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JAXA를 통해 민간 우주 산업을 지원할 자금으로 내년 예산에 100억엔(약 900억원) 정도를 반영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예산은 인공위성, 로켓, 달 탐사 등 첨단기술 개발을 다루는 기업과 대학 등에 지원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6월 결정한 우주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대 일본 내 시장 규모를 현재의 2배인 8조엔(72조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또 나사처럼 JAXA에도 민간 우주개발 자금 공급 기능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