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노령자를 위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사업자가 늘어나면서 악덕 업체로 인한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4일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일본 소비자청에 따르면 소비생활센터에 접수된 상조 관련 상담 건수는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100건을 넘는다. ‘연금을 예치한다고 해서 준 통장과 도장을 돌려받지 못했다’, ‘계약을 해지하고 싶은데 환불 금액이 이상하다’는 등의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
고령자들이 민간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서비스는 대표적으로 요양시설 등에 입소하기 위한 신원보증 대행, 재산 관리, 사망 후 화장이나 유품 처리 등이 있다.
아사히는 이들 서비스가 고령자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계약 내용이 복잡해지기 쉽고, 장례 서비스는 사후에 필요한 비용을 생전에 예치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 등을 원인으로 짚었다.
또 영세한 사업자가 파산해 예치금 등을 돌려주지 않는 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달 발표한 고령자 지원 사업에 대한 첫 전국 조사에 따르면 사업자의 대부분은 직원 수가 20명 이하로, 특히 5명 이하의 영세 사업장이 61.1%를 차지했다. 사업 기간도 10년 이하가 대부분(83.8%)이다.
사업자의 78.8%는 계약의 주요 내용을 담은 ‘중요사항설명서’를 작성하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가입비나 계약금을 받는 사업자의 21.2%는 계약서에 환불 규정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대응은 늦어지고 있다. 현재까지도 고령자 지원 사업을 감독하는 관청도 정해지지 않았고, 부처 간 연계도 미흡하다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지난달 여당인 자민당 의원들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고령자 지원 업체를 규제할 가이드라인을 책정할 것을 요청했다. 총리에게 보낸 서한을 정리한 우에가와 요코 전 법무상은 “업계의 틀이 존재하지 않아 무질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사히는 조사에 응한 사업자로부터도 관련 당국의 가이드라인 책정, 사업자 규제 및 등록 제도 를 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일본 내 독거노인 수는 최근 20년간 빠른 속도로 늘었다. 2000년 전국 인구조사에서 303만명이었던 독거노인 수는 2010년에 479만명, 2015년에 593만명까지 늘었다. 가장 최근 조사인 202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중 672만명이 혼자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인 도쿄도에서 독거노인 비율이 가장 높은 도요시마구는 65세 이상 1인 가구의 비율이 35.6%에 달한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도요시마구를 찾아 “안심하고 민간사업자의 신원보증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지만, 일본 사회 앞에 놓인 과제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아사히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