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도 어려운데 출산은 더 어려워"…결혼 적령기 청년들의 이야기

2분기 합계출산율 0.7명 역대 최저
결혼·출산에 대한 경제적 부담
여성 "출산 후 도태될까 두려워"

올해 2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명을 기록해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통상 3·4분기 합계출산율이 1·2분기보다 낮은 걸 감안하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내려앉을지도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비싼 집값, 육아 문제, 남녀갈등…. ‘왜 합계출산율이 계속 떨어지는가’에 대한 대답은 제각각이다. 결혼적령기에 있는 청년들은 어찌 생각할까. 20대와 30대 청년 4명을 인터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제적으로 부담” “뒤처질까봐…”

 

우선, 청년들은 결혼을 주저하게 되는 근본 원인으로 경제적 이유를 꼽았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심모(29)씨는 현재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와 결혼할 생각은 있다. 아이 역시 갖고 싶지만 경제적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심씨는 “2세 계획에 긍정적이지만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걱정이 많다”며 “경제적인 이유로 부부가 맞벌이해도 육아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맞벌이 부부의 육아가 얼마나 힘들지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옥모(34)씨도 경제적인 이유가 청년 결혼과 출산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옥씨는 “지방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수도권은 출산 후 육아와 교육, 주거 등을 위한 경제적 부담이 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 통계자료. 통계청 제공

여성들은 경제적 문제에 더해 본인 커리어도 걱정해야 한다. 출산 후 경력 단절이 빈번하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해도 추후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강모(26)씨도 이런 문제로 고민한다. 그는 “미혼인 여성은 결혼과 더불어 출산에도 큰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며 “특히 여성은 출산 이후에 일을 쉬어야 하고, 회복 후에도 육아로 인해 사회에서 뒤처지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씨는 “혼자 벌어 먹고살기도 힘든 팍팍한 세상에 별로 되지 않는 살림으로 내 아이까지 가난하고 불행하게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경기 부천시에 거주하는 이모(29)씨 역시 “‘자녀 3명 출산 시 무조건 승진’, ‘지원금 제도’ 등의 주먹구구식 정책을 보면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며 “여성이 사회적 진출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정책이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결혼에 대한 청년의 의식변화. 통계청 제공

◆“결혼? 굳이 해야 하나요”

 

청년들의 결혼·출산에 대한 걱정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에 따르면 36.4%만이 결혼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는 10년 전(56.5%)보다 20%포인트 이상 떨어진 수치다. 성별로 나눠보면 남성 43.8%, 여성 28.0%로 여성이 남성보다 확연히 낮았다.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결혼자금 부족과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낌, 출산·양육 부담 등이었다. 미혼 남성 40.9%가 결혼자금 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선택했다. 또 미혼 여성 26.4%는 결혼자금 부족을, 23.7%는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답변했다.

 

출산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2018년 이후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결혼해도 자녀를 가질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청년 비중은 53.3%로 2018년(46.4%) 대비 7.1%포인트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