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터’ 임옥상 작품 철거… 오세훈 “시민단체는 죽었다”

강제추행 1심 유죄로 철거 방침

조형물 '대지의 눈'·'세상의 배꼽'
정의연 등 규탄집회로 막아서며
서울시 예고일보다 하루 늦어져
吳 “새로운 시민운동 필요” 역설

서울 중구 남산 ‘기억의 터’에 있는 민중미술가 임옥상씨의 조형물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이 5일 철거됐다. 애초 서울시는 임씨가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전날(4일) 해당 작품들을 철거할 방침이었으나, 정의기억연대 등의 반대 집회로 집행을 하루 미뤘다.

시는 이날 오전 기억의 터에 있는 임씨의 작품 2점 철거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50여년간 다양한 사회비판적 회화·조각을 선보이며 1세대 민중미술가로 불린 임씨는 2013년 8월 자신의 미술연구소에서 일하던 여성을 강제로 껴안고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한 혐의로 지난 6월 기소됐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지난달 17일 임씨에 대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시는 시립 시설에 있는 임씨의 작품을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중장비 투입 5일 서울 중구 남산 ‘기억의 터’에 있는 민중미술가 임옥상씨의 조형물 ‘대지의 눈’을 중장비가 철거하고 있다. 서울시는 임씨가 여성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자 관할 시설에 세워진 임씨의 작품을 속속 철거 중이다. 연합뉴스

특히 시는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공간인 기억의 터에 성범죄 유죄 판결을 받은 작가의 작품을 존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는 지난달 8∼9일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임씨의) 작품을 철거해야 한다’고 답한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철거 예고일이었던 전날 오전 정의연 등 시민단체들이 집회를 열어 시의 철거 시도를 저지하자 시는 “더 이상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지 말라”며 이날 반드시 철거하겠다고 공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철거를 가로막았던 정의연 등을 겨냥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단체가 성추행을 인정한 작가의 작품 철거를 막아섰다”며 “시민단체는 죽었다“고 맹비판했다. 그는 “많은 시민단체가 같은 사안을 두고도 ‘우리 편’이 하면 허물을 감싸주고 ‘상대 편’이 하면 무자비한 비판의 날을 들이댄다”며 “원래 사회 정의를 세우자고 시작한 일이었을 텐데 설립 목적에서 한참 벗어났다”고도 지적했다.

시는 기억의 터 조성 당시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제안을 받아 공공미술위원회의 자문 등을 거쳐 조형물이 철거된 자리를 새로운 콘텐츠로 채우는 등 방안을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