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의원 향한 野의 편견·혐오 발언 [현장메모]

‘쓰레기’, ‘빨갱이’, ‘부역자’.

지난 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하게 하는 고성이 울려 퍼졌다. 원색적 비난의 대상은 탈북자 출신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었다. 태 의원은 북한의 영국 주재 외교관으로 근무하다 2016년 사선을 넘어 한국으로 귀순했다. 한국에 정착한 이후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으로 활동하다 2020년 21대 총선에 출마해 서울 강남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쏟아낸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네”, “빨갱이가 할 소리는 아니지”, “역시 공산당원답다” 등의 발언은 2023년 우리 국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편견과 혐오의 말들이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 입에서, 본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온 국민이 지켜보는’ 본회의장 회의 도중 연출된 장면이다. 헌법에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의원들이 이를 무시한 셈이다.

조병욱 정치부 기자

최근 ‘인공지능(AI) 앞에 선 민주주의’라는 주제의 시리즈 기사를 취재하면서 만난 한 전문가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인공지능 윤리기준 제정에 참여한 이 전문가는 “AI 챗봇 등에서 차별이나 편향성 논란을 일으킨 답변들이 많았는데 이건 빅테크 기업이 AI를 잘못 만들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지식을 그대로 학습한 결과물이다. 거기에 약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이미 많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기술적으로 차별과 편향된 답변은 말하지 못하도록 제재하고는 있지만 그것보다 우리 사회에서 이 같은 인식이 먼저 줄어들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그간 정제 없이 내뱉은 말들이 쌓여 AI를 통해 거울처럼 돌아온 것처럼, 이 국회의원의 말도 내년 총선에 ‘유권자의 표’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