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3시쯤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은 평일인데도 쇼핑을 즐기러 온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백화점과 이어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면세점에 진입하자 여기저기서 시끌벅적한 중국어가 들려왔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스마트폰으로 쇼핑 장면을 촬영하거나 길게 늘어진 영수증 사진을 찍으며 한국 쇼핑 ‘인증샷’ 남기기에 분주했다.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삼삼오오 화장품과 홍삼 등 한국 브랜드 상품을 둘러보는 중국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화장품 매장 직원 A씨는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단체관광객도 이제 막 풀렸기 때문에 중추절(9월29일)과 국경절(10월1일) 황금연휴가 가장 대목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온 자오밍(35·여)씨는 “4년 만에 한국에 다시 와 너무 기쁘다. 유명 브랜드들이 잘 갖춰져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 좋다”며 “블로그를 통해 구매할 스킨케어 제품을 정해왔는데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면세업계가 6년여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유커(游客)들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면세점들은 유커들을 겨냥한 각종 프로모션과 쇼핑 편의는 물론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여행 가이드를 초청해 설명회를 여는 등 유커 맞이에 여념이 없다.
신라면세점도 중국 국유 기업인 중국청년여행사(CYTS)를 통해 한국행 첫 패키지 단체관광객을 유치했다. 이들은 한·중 수교를 기념해 수교 31주년 당일인 지난달 24일 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
CYTS는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여행사다. 2015년 메르스 사태로 한국 관광 산업이 침체를 겪을 당시, 신라면세점과 상호 협력해 중국 관광객 유치 활동을 펼친 바 있다.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속속 국내로 들어오면서 면세점 업계도 분주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사태로 2017년 3월부터 한국행 단체 비자 발급이 중단된 지 6년5개월 만이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국내 관광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어 가이드를 위한 설명회를 진행했다.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가이드 초청행사에 총 200여명의 중국어 가이드가 참석했다. 롯데면세점은 관광업계 종사자와의 협력관계를 돈독히 하고, 유커 대상 면세점 쇼핑 혜택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경기 침체로 유커들의 구매력이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도 “면세업계에서는 중국 단체관광 허용 자체만으로 엄청난 호재이기 때문에 브랜드 강화와 프로모션 확대 등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유커들이 면세점을 찾으면서 백화점도 동반 상승효과를 낼 전망이다. 시내 면세점들은 대부분 백화점 건물에 함께 입점해 있는데, 중국 관광객들이 면세점을 방문하면서 백화점도 함께 들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면세점과 백화점들은 유커를 맞이하기 위한 만반의 채비를 하고 있다. 중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화장품이나 패션 브랜드를 확대하고 K팝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가 상영되는 대형 미디어 파사드와 예술작품까지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