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광우의시네마트랩] 더 많은 회고전을 위하여

재미와 오락을 얻기 위해 상영관에서 최신 영화를 관람하는 행위가 영화 문화의 기본 형태이다. 매년 개봉하는 수백 편의 작품 중에 후대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명작과 걸작들은 시간이 지나면 영화평론가와 영화광들에 의해 고전영화로 간주된다. 일부 채널이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는 그런 고전영화를 전문적으로 방영하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고전영화를 독립예술영화관에서 보는 것이 현대 영화 문화의 일환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이제는 서양 못지않게 독립예술영화관들이 많다. 그런데 이런 국내 독립예술영화관들은 주로 일반상영관에서 상영 기회를 잡지 못한 최신 독립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많은 독립예술영화관들이 상영하는 작품들이 거의 비슷해 영화관마다의 개성은 별로 없다. 독립예술영화를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작품들을 배급하는 회사는 더 많은 관객에게 작품을 보여주고 싶을 테니 그런 개봉 형태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리고 유명한 감독이나 배우의 주요 작품들의 회고전은 주로 국제영화제의 일부 행사로 마련되거나 혹은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그리고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이런 회고전을 열려면 저작권과 상영료 지급 등 다양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한국영상자료원의 시네마테크는 자체적으로 보관, 복원한 필름들이 있고 비상업적 목적으로 무료 상영하니 회고전이 가능하고, 서울 아트시네마도 오랫동안 회고전을 개최했으니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처리하는 역량이 있다.

정지영 감독의 감독 데뷔 40주년 회고전이 지난 6일부터 14일까지 아트나인에서 열린다. 1990년에 직접 제작한 ‘남부군’을 위시해서 최근의 ‘블랙 머니’까지 총 6편이 상영된다. 국제영화제나 한국영상자료원이 아닌 독립예술영화관에서 한국 영화감독의 회고전이 열리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다. 한국 영화 역사가 100년이 넘었지만 수많은 무성영화와 고전영화는 필름이 사라지거나 아직 발굴되지 않은 상태이다. 필름이 남아있어도 상영하기 위해서 판권 소유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래서 위의 제한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전영화의 회고전을 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한국영화 문화의 한 공백으로 남아있으며, 그만큼 우리 영화 문화가 더 풍성해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