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단식 9일째를 맞은 8일 “대통령은 왕이 아니라 국민의 머슴일 뿐이라는 것을 우리 손으로 증명해 주자”고 했다. 현 정부를 ‘검사독재정권’이라고 주장하는 이 대표가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한 검찰 조사를 하루 앞두고 재차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6번째 촛불집회에서 “국가권력은 국민에게 있는 것이고 그 권력을 행사하는 대리인들은 국민의 대리인, 위임받은 일시적인 권한 행사자들일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정부가 유화적인 대북 정책 기조 대신 강경 기조를 택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 대표는 “전쟁의 위협이 서서히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국가안보란 전쟁을 해서 대량파괴와 살상을 겪은 후에 이기는 것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어야 하고, 그 이상의 진정한 안보는 싸울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강 대 강 대결로 군비 확장 경쟁을 하고 ‘우리가 이렇게 더 강력하니 너 항복해라’라는 식으로는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젊은 아들들을 군대에 보내는 부모들이 요즘 입대 연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며 “안 그래도 부족한 병력자원이 점점 더 줄어든다는 말도 있다”고 했다. 그러고는 “우리 국민들이 왜 이렇게 국가 때문에 아니면 정권 때문에 불안해야 하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최근 ‘반(反)국가세력’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을 두곤 “바로 내가 국가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 아니겠나”라며 “이거야말로 전체주의 아닌가”라고 날 선 발언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거듭 “왕국에서 왕에 반대하는 자를 역적이라 불렀다. 그런데 권력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는 국민을 반역이라 부른다면 그들 자신이 바로 국가라고 생각하는 진정한 전체주의자 바로 그 자체 아니겠나”라고 했다.
이 대표는 9일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 수원지검에 출두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해당 의혹은 이 대표가 국회의원·당대표가 되기 이전인 경기지사 재직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방북을 성사시키기 위해 쌍방울 그룹이 2019년 북한에 거액을 송금했는지 여부가 의혹의 핵심이다.
예정대로라면 이 대표는 단식 10일차에 검찰 조사를 받게 된다.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 해도 열흘간 물과 소금만으로 버텨온 이 대표에겐 장시간의 검찰 조사가 체력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이 대표가 건강 이상을 호소할 경우 정상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청사에 의료진과 구급차를 대기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대표가 9일 오전 10시30분 수원지검 후문을 통해 출석할 것이라고 ‘개딸’(개혁의딸) 그룹 등 지지층에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