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중 1명이 불필요한 건강검진 경험… 췌장암· 난소암· 갑상선암· 만성폐쇄성폐질환 검사는 과잉”

“미국질병예방서비스태스크포스(USPSTF)는 췌장암, 난소암, 갑상선암, 만성폐쇄성폐질환, 경동맥 협착 등에 대해서는 ‘D등급’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건강검진 목적으로는 받을 필요도 없고, 오히려 해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민간 병원은 물론 국공립병원에서도 이런 건강검진을 포함시켜 수백만 원짜리 패키지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게 맞는 겁니까?” 

 

국내 건강검진이 해외에서 ‘불필요’ 등급을 받은 항목을 포함해 무분별하게 과잉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7일 국립암센터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우리나라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 보건의료포럼에서다.

 

국립암센터가 건강검진을 받은 전국 성인 남녀 7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명 중 1명이 양성자 방출 단층촬영(PET-CT), 종양표지자 검사, 전신 MRI·CT, 암 유전자 검사, 뇌 MRI·MRA 등 건강검진으로 권고되지 않는 검사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를 받은 사람의 절반 이상은 ‘검진센터 패키지에 포함됐거나 센터 권유에서 권유해서’ 받았다. 

 

이날 발표에 나선 전문가들은 해외에 비추어 국내 건강검진은 ‘과잉’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최윤정 교수(가정의학과)는 이날 ‘슬기로운 건강검진 권고문’을 발표하며 △암 건강검진 목적의 갑상선 초음파 △폐암 위험이 낮은 사람의 폐암 선별 검사 목적인 저선량 흉부전산화단층촬영(LDCT) △무증상 성인의 췌장암 선별검사 △무증상 성인의 암 선별검사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기대여명 10년 이하인 고령자의 유방·전립선·대장암 등 선별검사 목적 암 검진 등 5가지를 ‘권고하지 않는 암 검진’으로 지목했다. 

 

최 교수는 고령자의 선별검사 목적 암 검진과 관련해 “위암의 경우 40∼74세에 대해서는 사망률이 감소하지만, 75∼84세는 사망대응위험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고 85세 이상에는 선별검사에 따른 사망률이 오히려 증가한다”며 “USPSTF도 75세 이상의 유방암 검사는 권고등급 D, 대장암은 권고등급 C를 주고 있다. 국내에서 연령병·기저질환별 건강검진 종료연령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USPSTF의 권고는 A-B-C-D-I 시스템으로 평가하는데, A는 이득이 충분히 많은 경우이고 D는 이득이 없고,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를 이른다. I는 판정불가(Insufficient)를 의미한다. 

 

최 교수는 갑상선과 폐암에 대해서도 증상이 없고, 고위험군이 없는 사람의 건강검진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1999∼2008년 국내 갑상선암 발생은 6.4배 증가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선별검사를 통해 발견된 것이다. 국내 발병률은 미국·EU와 격차가 어마어마하게 큰, ‘왜곡’된 수치를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립암센터 연구에서는 갑상선암 검진 여부는 갑상선암으로 인한 사망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왔다.

 

폐암 LDCT도 마찬가지다. USPSTF는 ‘20갑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으면서 현재 흡연자거나 금연한 지 15년 이내’로, 미국암학회는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55∼74세’에 한해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미국에서 이런 고위험군의 경우는 건강검진을 통해 폐암 사망률이 20% 이상 감소하고, 전체 사망률도 7% 감소했다. 

 

최 교수는 “폐암 고위험군에서는 LDCT 검진의 이득이 (방사선 피폭에 따른 위험을) 상회하지만, 젊거나 저위험에서는 침습적 검사와 방사선 피폭에 따른 위해가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췌장암 역시 유전성이 아닌 경우 CT로 인한 방사선 노출, 조영제 부작용 문제가 있고, 초음파의 경우 검사의 민감도와 특이도가 떨어져 권하지 않았다. 

 

이재호 가톨릭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췌장암은 생존율이 굉장히 낮아서 많은 사람이 공포심이 있고, 특히 주변에서 췌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 먼저 검진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암 발생률 추이를 보면 굉장히 드문 암이고, 해외에서도 췌장암 선별검사는 ‘D등급’”이라며 건강검진으로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권고하지 않는 암 검진 

 

1. 암건강검진 목적의 갑상선 초음파 검사 

 

2. 폐암 위험이 낮은 사람의 저선량 흉부전산화단층촬영(LDCT)

 

3. 무증상 성인의 췌장암 선별검사 

 

4. 무증상 성인의 PET CT 

 

5. 기대 여명이 10년 이하인 경우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 선별 검사 목적의 암 검진 

 

<자료 :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최윤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