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성폭력 재발 방지 예산 ‘전액 삭감’

사업중복 이유로 내년 12억 감액
초·중·고 성 인권 교육예산도 0원

가정폭력 가해자와 성폭력 가해 아동·청소년의 교정·교육 사업을 지원하는 보조금 예산이 내년 전액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기획재정부의 ‘2023년 국고보조사업 연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2억3000만원이었던 가정폭력·성폭력 재발 방지 사업 예산은 내년 예산안에서 제외됐다. 이 사업은 가정폭력 가해자 교정 치료 프로그램, 성폭력 가해 아동·청소년 교육, 가정폭력 예방 홍보 등으로 구성된다. 보조사업 연장 평가단은 “국고지원의 타당성이 있고 정부 지원이 없을 경우 해당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며 내년에도 이 사업을 계속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최종 평가 의견을 내놨다. 정부는 하지만 일부 사업이 법무부와 중복된다는 등의 이유로 모든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 없음.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내년 초·중·고교 학생의 성 인권 교육 예산 5억5600만원도 전액 삭감됐다. 성 인권 교육 사업은 성 인권 교육을 희망하는 학교에 교육 강사를 파견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성 인권 교육이 “학교보건법에 따른 폭력 예방 교육과 구분되지 않는다”며 내년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이미 일부 시·도에서만 시행 중인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 수요가 더 줄어든 점도 감액 근거가 됐다.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상담·보호시설·주거·의료비 등을 지원하는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사업은 올해 392억원에서 내년 396억원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근 스토킹 피해가 빠르게 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예산이 삭감됐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실제 ‘여성긴급전화 1366’의 스토킹 피해 상담 건수는 2020년 1175건에서 2022년 6766건으로 6배가량 폭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