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한 매매 처벌된다 [알아야 보이는 법(法)]

상장법인의 대표이사 A씨는 미공개 중요정보에 해당하는 양극재 생산 계열사의 중장기 공급계약 정보를 알게 됐다. 그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올리기 전 차명 증권계좌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사들였다 되팔아 약 11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이후 A씨는 자본시장법 위반죄 등으로 기소됐다. 최근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2023. 8. 18. 선고 2023도6668 판결).

 

위 사건의 1심은 피고인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부당 이득을 환원한 점 등을 이유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35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2심인 서울고등법원이 징역 2년에 벌금 22억원과 추징금 11억여원을 선고하자(2022노2694) 피고인이 상고했는데, 대법원이 서울고법의 판결이 옳다고 확정한 것입니다.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은 법인의 임직원 등이 그 직무와 관련해 알게 된 미공개 중요정보(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기 전의 것을 말합니다)를 특정 증권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자본시장법 제443조 제1항은 이를 위반한 행위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현행법상 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에는 지금까지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를 처벌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본시장법을 적용해서 처벌할 수 있을지가 쟁점이 되어왔습니다.

 

최근 모 국회의원이 누군가에게 얻은 미공개 정보를 위믹스 등 코인 거래에 이용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런 거래는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 처벌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코인을 증권으로 보아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면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코인을 증권으로 보더라도 주식과 같은 지분증권이 아닌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고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는 주식에 적용되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최근 코인을 증권으로 보아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면 처벌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검찰이 암호화폐 테라, 루나를 발행한 회사 공동 창립자인 모 업체 대표 등 8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건이 있는데, 사업 성과가 가치에 반영되는 만큼 루나를 증권으로 보아 자본시장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테라·루나 코인을 증권으로 보아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제가 몸담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에서 피의자 1명을 맡아 수행한 사례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상자산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불공정 거래행위를 처벌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7월 제정되어 내년 7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가상자산에 관한 미공개 중요정보를 해당 가상자산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하는 행위를 불공정 거래행위로 보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었기 때문입니다(가상자산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 제19조 제1항).

 

김추 법무법인 바른 가상자산 형사대응팀 변호사 chu.kim@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