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을 위해 전용 열차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북·러 간 재래식 무기와 첨단 군사기술 맞교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북·러 간 무기 거래 우려는 북한이 ‘전승절’이라고 부르는 6·25전쟁 정전 70주년 기념일(7월27일)에 맞춘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북한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장의 러시아군에 흘러들어 갔다는 정황은 2022년 미국 등을 통해 이미 공개된 바 있다. 다만 바그너 용병 그룹을 매개로 한 간접적 지원이었던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북·러 간 무기 거래 직접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할 무기로 재래식 포탄과 대전차 유도 미사일 등이 꼽힌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6일 방사포탄 공장 시찰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북한은 122㎜와 240㎜ 포탄에 유도 기능을 부여했다고 과시했는데, 122㎜는 러시아 등 동구권의 주력 포 구경에 해당한다. 러시아군은 240㎜ 포도 운용하고 있어 북한제 포탄과 러시아 무기 간 호환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핵잠수함은 김 위원장이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공언한 ‘핵심 5대 과업’ 가운데 하나다. 북한은 지난 8일 ‘전술핵 공격잠수함’이라고 부르는 김군옥영웅함을 전격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핵무기를 장비하면 그것이 곧 핵잠수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핵추진 잠수함”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북한이 보유한 잠수함은 현재 70여척 수준이지만, 1950년대에 건조된 재래식 잠수함 로미오급(1800t급) 약 20척 외엔 소형 잠수함정들이다. 최근에 공개한 김군옥영웅함은 로미오급을 3000t급으로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일단 이름부터 붙이고 진찌 핵추진 잠수함 건조는 뒤로 미룬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로미오급 등 재래식 디젤 잠수함은 소음이 심한 데다가 정기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해서 한·미 정보자산에 의해 추적을 당하기가 쉽다. 반면 핵추진 잠수함은 몇 개월 동안 물밑에서 잠항하다가 미 본토 인근으로 접근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쏠 수 있다. 북한의 핵잠수함 보유는 곧 물속에 미사일을 장기간 숨겨둘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북한 본토는 물론이고 광활한 바다까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점에서 한·미 감시망의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는 러시아는 전략 핵잠수함을 11척이나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러시아가 북한에 핵잠수함 건조를 위한 소형 원자로 기술을 제공하거나, 앞서 인도에 공격 핵추진 잠수함을 임대한 것처럼 북한에도 빌려주는 상황이 온다면 한국에 치명적이다. 장기 작전이 가능한 북한 핵잠수함의 존재는 태평양 전역의 미군을 겨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북·러 간 접촉을 통해 이런 우려가 현실화한다면 북한이 한·미동맹을 겨냥해 한층 높은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