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어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전국선거관리위원회 부정채용비리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권익위가 지난 6월 14일부터 8월 4일까지 52일간 최근 7년간 경력채용된 선관위 공무원 384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채용비리 353건을 적발해 검찰에 28명을 고발하고 312건을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채용 비리 핵심인 가족 및 친·인척 여부는 선관위가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상당수 들여다보지 못했다. 사실상 ‘반쪽 조사’였는데도 상상 이상의 각종 채용 비리가 드러났다. 공정과 중립을 생명으로 하는 조직이 ‘비리백화점’으로 변한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 7년간 선관위가 자체 진행한 1623회의 경력채용 가운데 104회(64%)에서 국가공무원법과 선관위 자체 인사규정이 정한 공정채용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혜성 채용과 합격자 부당 결정 등 부정의혹 합격자는 경력채용 공무원 총 384명 중 무려 58명(15%)에 달했다. 또 5급 이하 임기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면 별도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도 5급 사무관 3명을 포함한 31명을 1년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한 뒤 서류·면접시험 없이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환한 사례도 있었다. 어이없는 일들이 예사로 벌어진 것이다.
공정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의 편법사례는 한둘이 아니었다.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만 채용공고를 게재하고선 선관위 관계자들에게만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심지어 자격요건이 미달한 응시자를 합격시키면서 요건을 충족한 응시자를 탈락시켰다. 정당한 사유 없이 합격기준을 바꿔 서류·면접 전형 합격자를 탈락시킨 일도 비일비재했다. 선관위는 면접위원을 내부 위원으로만 구성해 외부위원을 절반 이상 위촉해야 하는 규정도 위반했다. 선관위가 법 위에 ‘군림’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부정한 방법은 다 동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관위는 지난 6월 중앙선관위 박찬진 전 사무총장, 송봉섭 전 사무차장 등 고위직들의 자녀 부정채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사회적 지탄을 받고서도 헌법 제97조와 국가공무원법 17조를 내세우며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거부해 왔다. 이번 조사 결과는 선관위가 복마전 조직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러고도 독립성·중립성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쿠리 투표’에 이어 부정채용 비리로 얼룩진 선관위는 이제라도 뼈를 깎는 심정으로 반성하고 해체 수준의 개혁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