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의 한 빌라에서 생활고를 겪다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40대 여성 A씨가 이른바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에는 포함됐으나 우편·전화·방문으로도 접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전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9시55분께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의 한 빌라 원룸에서 A(41)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부패한 시신 곁에서 의식 없이 발견된 4살(추정) 아들 역시 출생등록이 되지 않은데다 임시신생아번호도 없어 보건복지부(복지부)가 최근 실시한 미등록 영유아 전수조사에서도 누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B군은 의식을 잃은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재는 의식을 찾고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시 관계자는 “경찰 수사 완료 후 A씨 가족이 시신 인계와 장례를 거부할 경우 무연고 장례를 연계할 계획”이라며 “출생미등록 아동의 경우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가족과 후견인 지정을 논의하고, 인계를 거부할 경우 가정 위탁보호나 시설보호 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A씨가 위기가구 발굴대상자에 오른 것은 2021년 5월이다. 당시 건강보험료와 통신비, 가스비 등이 체납돼 5월부터 12월까지 4차례 위기가구 발굴대상자 명단에 올랐고, 이후 수익이 발생해 명단에서 제외됐다가 지난 7월 다시 발굴됐다.
이번에도 건강보험료와 관리비가 체납돼 발굴대상자 명단에 포함됐다. A씨는 가스비를 내지 않아 지난 5월 이후로 가스가 끊겼고, 건강보험료는 무려 56개월이나 내지 못해 체납액이 118만6530원에 달했다. 매달 5만원씩인 많지 않은 관리비도 반년간 밀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7월에 한 차례 우편을 보냈으나 A씨로부터 회신이 없었고 8월 중순에 휴대전화로 연락에도 응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4일에는 직접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방문했으나 A씨의 답이 없어서 만나지 못해 그냥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A씨의 거주지가 전입신고 때 동·호수를 기재하지 않는 원룸이어서 지자체 공무원들이 건물까지만 왔다가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후속 조치로 이달 초 우정사업본부의 복지등기 시범사업을 통해 집배원이 직접 상황을 확인하려던 참에 사고가 일어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최근 2015~2022년에 출생한 임시신생아번호 아동 2123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소 249명이 사망한 사실을 밝혀냈으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지난해 수원 세모녀 사건 등 생활고를 비관한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위기가구 입수 정보를 현행 39종에서 44종으로 늘리고 경찰 및 소방당국에 의한 강제개문을 가능하도록 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유사한 사고가 일어나는 상황이다.
전주시는 이 사건과 관련, 복지 사각지대 위기가구 1만명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나선다.
이와 관련 전주시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을 통해 4차례에 걸쳐 정부로부터 통보받은 약 1만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행복e음은 정부가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구축한 정보 시스템이다. 보통 수도·전기·가스 요금이나 건강보험료·세금 등을 두 달 이상 체납하는 개인이나 가구는 행복e음에 자동으로 등록된다.
이후 지자체는 현장 방문·상담을 거쳐 ▲기초연금 ▲영유아보육 ▲기초생활보장 ▲장애인연금 ▲긴급복지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전주시 관계자는 “단전·단수·가스비·관리비 체납 등 39종 위기가구에 대한 통보를 받은 수가 1만 명에 달한다”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전수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씨의 사망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동맥경화’라는 1차 소견이 나왔다. 경찰은 최종 부검 결과를 토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