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노태우 육사 동기생' 이상훈 前 국방장관 별세

월남전 참전해 발군의 무공 세워
향군 회장으로 '국보법 사수' 앞장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이 11일 오후 8시 서울아산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대한민국 재향군인회에 따르면 고인은 충북 청원(현 청주)에서 양친이 모두 교육자인 집안의 8남매 중 3남으로 출생했다. 일찍 유명을 달리한 1남을 제외한 7남매 중 6명은 모두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에 진학했으나 고인만 6·25전쟁 도중 육군사관학교를 지원했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과 같은 육사 11기로 1955년 임관해 군인의 길을 걸었다.

노태우정부 시절인 1990년 이상훈 당시 국방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961년 5·16 군사혁명 당시 대위로서 육사 생도들의 혁명 지지 시위를 이끌어내며 박정희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미국 참모대학을 졸업하고 보병대대장으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발군의 무공을 세웠다. 일선 사단장, 군단장을 거쳐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대장)까지 역임했다. 1985년 예편 후에는 비상기획위원회(2008년 행정안전부에 통합) 위원장을 지냈다.

 

고인은 1988년 육사 동기생인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 의해 국방장관으로 임명돼 2년간 재직했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재향군인회 회장 등을 맡아 왕성하게 활동했다.

 

특히 재향군인회장 시절엔 국가보안법 사수, 한·미동맹 강화, 북핵 저지, 군인연금 현실화 등에 앞장섰다. 이를 위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수십만 군중 집회를 주도했다. 진보 성향 정권으로부터 출국금지 조치 등 고초를 당하기도 했으나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섰다.

 

재향군인회 관계자는 “이 전 장관이 주도한 태극기집회는 결국 보수 진영 재결집의 계기를 마련하였고, 보수 재집권에 크게 기여하였다”며 “최근 별세 직전까지도 사단법인 국가원로회의 공동의장으로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광화문광장 등 각종 집회 현장에서 좌파 친북 세력 척결에 앞장서왔다”고 전했다.

 

국가안보에 기여한 공로로 미국 은성훈장, 충무무공훈장, 보국훈장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 부인 안정숙씨, 자녀 이웅희(한양대 교수)·장희씨(IT 기업 대표) 등이 있다. 이상철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고인의 동생이다.

 

장례는 대한민국 재향군인회와 국가원로 상임회의가 공동으로 주관한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14일 오전 7시, 장지는 충북 청주 선영. (02)3010-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