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복제 포유류 ‘복제 양(羊) 돌리’를 탄생시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영국 과학자 이언 윌멋이 10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79세.
윌멋 박사가 돌리를 만든 시절부터 몸담았던 영국 에든버러대는 그가 파킨슨병으로 오래 투병하다 이날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윌멋 박사는 1996년 7월 에든버러대 로슬린연구소 연구팀을 이끌고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켰다. 연구팀은 여섯 살짜리 양의 체세포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핵을 제거한 뒤 다른 양의 난자와 결합하고, 이를 다른 암컷 양의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양 복제에 성공했다. 약 300번의 시도 끝에 태어난 복제 양은 팝스타 돌리 파턴을 따라 ‘돌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복제 양 돌리는 정확하게는 ‘수정란이 아닌 체세포를 이식해 얻은’ 최초의 포유류 복제동물이다. 수정란 복제는 외형이나 특성 등이 정해지지 않은 세포를 하나 더 만드는 것뿐이라 사회가 동물 복제에서 원하는 뛰어난 기량의 동물을 복제하는 등의 활용은 불가능했다.
포유류의 복제라는 점도 과학사에 한 이정표로 기록됐다. 양서류인 개구리의 체세포 복제는 이미 1962년 성공했지만 그 뒤 아무도 포유류 복제에는 성공하지 못했고, 같은 포유류인 인간의 복제도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복제 양 돌리는 이 같은 과학계의 통념을 깬 존재로, 돌리를 계기로 동물 복제 연구가 본격화하고 파킨슨병 등 노화로 인한 질병의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영국 BBC방송은 돌리의 탄생이 “20세기 가장 위대한 과학적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돌리의 놀라운 탄생은 전 세계 언론의 열광을 불러일으켰다”며 “(동시에) 동물 복제의 윤리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고 했다.
실제로 돌리를 계기로 인간 복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복제 연구에 대한 법규를 만들었고, 종교계에서는 복제 연구를 반대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21세기 초 생물학계를 가장 시끄럽게 했던 사건이었다.
복제 양 돌리는 2003년 여섯 살의 나이에 폐 감염으로 사망했고, 이후 스코틀랜드 국립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윌멋 박사는 돌리 복제 이후엔 복제 기술을 이용해서 재생 의학에 쓰이는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전념했다. 2012년 은퇴한 윌멋은 2018년 파킨슨병 진단 사실을 공개하며 “아이러니한 상황에 좌절하지 않고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추는 새로운 치료법 연구를 후원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