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매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러시아 방문 소식을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외신 등을 인용해 보도했지만 세부 일정이나 의제 등은 전하지 못해 러·북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중 밀착에 대한 맞불 성격의 북·중·러 삼각 공조가 심화하고 있지만 영토를 맞댄 세 나라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긴장·역학 관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을 위해 10일 평양에서 전용열차를 타고 이동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국중앙(CC)TV도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로 러시아 방문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매체들은 외신 등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한 뒤 김 위원장과 별도로 회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 최고지도자가 모스크바를 마지막으로 방문한 것은 2001년으로 양측이 회담 장소를 다른 곳으로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관영 매체 등이 정부 의도를 전할 때 쓰는 전문가 분석 보도나 사설 등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에 일부러 무관심한 척하거나 아니면 세부 정보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중심 서방에 대항하는 한 축의 패권국을 서로 자처하는 일종의 긴장 관계를 수십년째 유지 중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북·러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 관계도 미묘해질 수 있다”며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자임했던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의 급속한 접근에 신경질적으로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중국 정부는 공식 석상에서 북한과 러시아 정상 간 만남에 대해 즉답을 피하며 말을 아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북·러 사이의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중국과 북한은 산과 물이 서로 이어진 우호적인 이웃으로 현재 중·북 관계는 양호하게 발전하고 있다”며 “우리 양국은 최고지도자들이 달성한 공동인식을 이행하며 영역별로 교류·협력을 심화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연내로 예정된 중·러 최고위급 회담에 대해 장궈칭(張國淸) 부총리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EEF에서 장 부총리를 만났다. 장 부총리는 중국이 EEF에 파견한 대표단장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 장 부총리의 회담과 관련해 “연내로 예정된 최고 수준의 양자 접촉을 포함해 신속히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 담당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에 응해 오는 10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포럼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푸틴 대통령도 지난 1일 “곧 우리는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할 것”이라며 인도주의적 관계 발전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