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사진) 국방부 장관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2022년 5월 윤석열정부 첫 국방장관으로 취임한 지 1년4개월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고 이르면 13일 후임 국방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는 등 소폭 개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이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탄핵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안보 공백 등을 우려해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후임자로는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사실상 확정됐으며, 장관 인사청문회를 위한 팀이 꾸려져 모처에서 관련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의 사의 표명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추진 등 거취를 둘러싼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이 장관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 등으로 국회에서 질타를 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전날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이 장관을 탄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탄핵이 이뤄지면 상당 기간 안보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 장관은 거취를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충남 계룡대를 방문해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이종호 해군참모총장과 비공개로 만났으며, 과거에 근무했던 7군단과 2사단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에서는 ‘고별 방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이르면 13일 이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면 국방부는 후임 장관 취임 시까지 신범철 차관 대행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로 북한·러시아 간 ‘밀착’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국방장관의 거취가 흔들리는 것은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이 장관의 사표 제출에 대해 “야당 공세에 대한 선제적 방어 조치”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야당이 해임건의안 수준이 아니라 탄핵소추안을 추진하겠다는데 (해당 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경우) 대통령 인사권이 막힌다”며 “북한의 최근 행동 등 방치하면 안 되는 엄중한 상황에서 국방 분야의 국정 공백이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