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불길을 피해 아들을 안고 베란다 창틀에 매달려 있다가 추락해 숨진 A(40대)씨의 발인식이 13일 오전 5시 30분 부산 서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이날 빈소 안은 적막한 가운데 유족들이 흐느끼며 눈물을 삼키는 소리만 가득했다. 발인식이 끝난 뒤 고인의 영정이 운구차로 향하자, 남편과 어머니를 잃은 A씨의 아내는 바닥에 쓰러져 통곡했다.
A씨와 함께 사고를 피하지 못한 베트남 국적 장모 B(50대)씨의 발인은 절차상의 이유로 하루 늦은 14일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4시 18분경 부산 부산진구 15층 규모의 한 아파트 7층에서 불이났다. 소방이 출동했을 당시엔 이집에 사는 A 씨와 아들, B 씨가 베란다 창문틀에 매달려 있다가 아파트 화단 위로 추락한 상태였다.
이 사고로 A씨와 B씨가 숨지고, A씨가 품에 안고 있었던 아들은 목숨을 건졌다. A씨의 아들은 다리를 크게 다쳐 수술을 받았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A씨 일가족이 불이 번질 때까지 현관문으로 왜 대피하지 못했는지 등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유일한 생존자인 A씨 아들의 진술이 화재 발생 지점, 대피 경위 등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린이집을 다니던 A씨 아들은 평소 이웃에게 인사 잘하고 친구 집에도 놀러가는 등 활발한 성격에 말도 잘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경찰은 아이의 회복이 우선이라고 보고 병원 치료와 수술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한편 부산시와 부산진구청, 부산진구다문화센터 등은 남은 A씨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시는 다리 골절 등 중상으로 수술받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A씨 아들을 위해 지역 내 유관기관과 의료비 지원을 협의하고 있다.
또 부산형 긴급복지 지원과 화재 상해사망과 관련한 보험금 지급, 국민안전보험을 통한 의료비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