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시다 총리 대폭 개각… 각료 19명 중 13명 교체

2024년 총재 선거 재선에 방점

여성 각료 2명서 5명으로 늘려
외무상에 ‘지한파’ 가미카와 임명
집권 자민당 주요 당직 인사 단행
아소 부총재 유임… 당 4역 확정
오부치 前총리 딸 선대위장 기용
라이벌 모테기 간사장 견제 포석
아사히 “파벌간 내분의 논리 적용”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자민당 총재)가 13일 내각과 자민당 주요 당직 인사를 단행했다. 마이넘버카드(한국의 주민등록증에 해당) 오류 등으로 크게 떨어진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쇄신 차원의 인사이지만 내년 가을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 대비해 파벌 간 견제 논리를 적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시다 총리는 19명의 각료 중 13명을 교체했다. 이 중 스즈키 준지 총무상, 고이즈미 류지 법무상 등 11명은 처음 각료로 임명했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 마이넘버카드 정책을 담당하는 고노 다로 디지털상은 유임됐다.

새 내각 인사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앞줄 가운데)가 13일 19명의 각료 중 13명을 교체하는 대폭 개각을 단행한 뒤 일본 도쿄의 관저에서 가미카와 요코 신임 외무상(두번째줄 가운데)을 포함한 새 내각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EPA연합뉴스

자민당 내 파벌별로 보면 최대 파벌인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아베파와 아소 다로 부총재가 이끄는 양대 파벌 아소파가 각각 4명의 각료를 차지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이 이끄는 모테기파가 3명, 기시다 총리가 수장인 기시다파와 니카이 도시히로 전 자민당 간사장이 이끄는 니카이파가 각각 2명이며, 나머지를 무파벌, 다니가키 그룹, 연립여당인 공명당 출신으로 채웠다.

 

2명이던 여성 각료는 5명으로 늘렸다. 역대 가장 많았던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 2014년 아베 내각 때와 같은 숫자다.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 쓰치야 시나코 부흥상, 가토 아유코 아동정책담당상,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전보장상, 지미 하나코 지방창생담당상이 주인공이다. 외교정책을 담당할 가미카와 신임 외무상은 일·한의원연맹 소속의 지한파(知韓派) 의원으로 알려졌다. 2007년 시즈오카시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400주년 심포지엄’에서 한·일 역사 문제에 대해 “과거의 잘못을 아는 것은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자민당 인사는 아소 부총재, 모테기 간사장, 하기우다 고이치 정조회장을 유임시켰고 모리야마 히로시 의원을 총무회장, 오부치 유코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기용했다.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당4역(간사장·정조회장·총무회장·선거대책위원장) 중 하나인 선대위원장에 발탁된 오부치 의원이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선언을 이끈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딸인 그를 기시다 총리가 기용한 것이 내년 가을 예정인 자민당 총재 선거의 잠재적 라이벌인 모테기 간사장 견제용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13일 단행된 개각에서 기용된 가미카와 요코 신임 외무상.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자민당 내 네 번째 파벌인 기시다파(45명)를 이끄는 기시다 총리는 두 번째인 아소파(55명), 세 번째인 모테기파(54명)의 수장 아소 부총재, 모테기 간사장의 협조 아래 정권을 운영해 왔다. 이를 ‘삼두(三頭)정치’라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년 총재선거에서 이겨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포스트 기시다’를 노리는 모테기 간사장이 부담스럽다. 아사히신문은 “모테기 간사장을 요직에서 배제해 ‘반(反)기시다’로 돌아서게 할 수도 없고, 간사장을 계속 시켜 정치력을 축적하는 기회를 주는 것도 달갑지 않다”며 “이런 딜레마를 품고 있는 기시다 총리가 모테기 간사장 견제를 위한 쐐기로 삼은 것이 오부치 의원”이라고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모테기 간사장, 오부치 의원은 같은 모테기파이지만 ‘모테기파A, 모테기파B’라고 할 정도로 사실상 다른 파벌”이라는 자민당 간부의 말을 전했다. 오부치 의원을 중용해 내년 총재선거에서 모테기파가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걸 막겠다는 의도다.

 

최대 파벌인 아베파(100명) 소속의 하기우다 정조회장,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유임시켜 아베파와 관계도 안정시켰다.

 

아사히는 “이번 인사는 기시다 총리가 ‘내분(견제)의 논리’를 우선했다. 국민의 지지와는 멀어지는 것 아닌가”라는 자민당 내 젊은 의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