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법’ 중단 없다”…초당적 협치 나서야

“인간과 동물이 다 같이 공존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김건희 여사는 최근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의 회견장을 찾아 “저는 이분들과 함께 친구가 돼 개 식용이 금지될 때까지 끝까지 운동하고 노력할 것”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그동안 정치권의 오랜 숙제였던 ‘개 식용 금지’에 한발짝 다가선 순간이었다. 국민의힘은 이런 개 식용 종식을 실천하기 위해 야당의 협치를 제안하는 한편 당론으로 정해 속도감 있는 법안 통과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튀르키예 지진 파견 구조견 격려 행사에서 119구조견을 만지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13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건희법은 변함없이 추진 중”이라며 여야 의원들의 대승적인 협력을 부탁했다. 박 의장은 “국민의힘이 개 식용 금지법 추진을 안 한다는 일부 보도가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개 식용 금지법을 추진한다는 당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8월 여야 의원 44명이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초당적 의원 모임을 발족시켰다”며 “국회 법안 심의과정에서도 심도있게 논의해 통과시킬 수 있도록 야당 의원들의 협조를 바란다”고 했다. 끝으로 “천만 반려동물시대”라며 “이제는 개 식용 종식을 실천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일각에선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할 게 아닌 개인의 기호와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개식용 금지 법안이 물거품이 됐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이에 박 의장이 나서 개 식용 금지법안 통과를 위한 국민의힘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실질적인 통과를 위한 민주당의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출범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초당적 의원모임’은 여야를 초월해 총 44명의 의원들이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식용 종식과 관련된 법안들을 11월까지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숱하게 논란이 되어온 개 식용 금지법안이 최근 급물살을 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김건희 여사가 전면에 나서면서다. 애견인 김 여사의 동물 사랑은 진심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유기견 나래, 올리, 고양이까지 총 11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특히 김 여사는 결혼 전부터 20년 가까이 유기견, 유기묘 구조 및 지원 활동을 해왔고 이는 윤 대통령 취임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 김건희법을 지지하는 동물애호가들이 만들어 배포한 카드뉴스. 온라인 캡처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개 식용 금지법안에 김 여사의 이름이 붙여진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국회에는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 동물보호법 개정안, 축산법 개정안 등 총 7개의 법안이 있지만 이번 개 식용 종식을 위한 법안은 애견인인 김건희 여사가 개 식용 금지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했고, 여야가 이에 호응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김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개 식용 문화 종식’을 현 정부 임기 내 이루겠다고 언급하는 등 주기적으로 개 식용 금지 관련 목소리를 높여왔다. 세계적 영장류학자이자 환경 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를 만나 “한국 사회가 개 식용 문화의 종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식용 문화에 대한 여론도 크게 바뀌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전체의 29.7%인 604만 가구로 집계됐다. 2022년 관련 인식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5.89%가 개 식용을 멈춰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번 김건희법 통과를 위해 온라인상에서는 동물애호가들이 직접 나서서 카드뉴스를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