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국수
유네스코 세계 문화재에 등재된 안동 병산서원에서 요리를 할 기회가 생겼다. 병산서원에서 유교 문화를 배우며 식사와 숙박을 하는 1박2일의 프로그램으로, 충효당 종부의 말씀을 듣고 영감을 받은 안동 음식을 모티브로 한 반상과 다과상, 아침 죽상을 즐길 수 있는 ‘병산서원 스테이’의 주방을 한 달 동안 맡게 되었다. 서울에서부터 내 가게 주방 기물들을 가득 실어 오느라 차가 퍼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시작부터 진땀이 났지만, 세월이 묻어나는 작은 부엌, 마당 중앙에 있는 수돗가에서 쌀을 씻고 주방 뒷문 너머엔 녹음과 들꽃이 피어 오는 정감 가는 장소에서 만드는 안동 한식의 재구성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저녁상을 차리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그 짧은 시간에 올려다본 별빛 가득한 밤하늘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 낭만이 녹아 있었다. 한국의 유네스코 문화재 병산서원에서 요리를 해 본 프랑스 요리 전공 셰프가 몇 명이나 될까 싶은 생각에 마음이 벅찼다.
◆병산 손국수
국수의 국물은 멸치 베이스의 잔치국수 국물보다 조금 더 진득한 맛과 향이 올라오는데 면발은 마치 칼국수처럼 넓적하다. 조용히 국수 한 젓가락을 먹어 본다. 입안 가득 들어온 병산 손국수의 면발은 부드러웠다. 투박하지만 정겨운 맛이 가득하다. 개인마다 취향은 다르겠지만 평소 먹어 왔던 쫄깃한 면발이 아닌 이 부드러운 면이 참으로 반가웠다. 반죽에 콩가루가 들어가기에 면에서도 고소한 맛이 올라온다. 이 콩가루 때문에 면의 식감이 찰지지 않고 부드러워진다.
병산 손국수는 어머니와 아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젊은 사장이 주로 가게에 있고 어머니는 종종 들르며 반찬과 음식의 상태를 확인해 준다고 한다. 간단하게 취재 아닌 취재를 한다고 하니 함박웃음을 지으며 가게 이야기를 해 주는 젊은 사장의 말에서 ‘참 이 일을 좋아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점심시간에는 줄이 긴 곳이니 바쁜 시간을 지나서 가는 걸 추천한다.
◆국수와 안동국수
국수는 우리에게 참 친숙한 메뉴다. 국물을 내 따끈하게 먹기도 하고 차갑게 식혀 비빔장에 비벼 먹기도 한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라 어디서나 편하게 접할 수가 있다. 더운 여름엔 어머니가 간단하게 만든 고추장 양념에 오이를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비빔 국수가 그렇게 맛이 좋았다. 어머니는 국수를 잘 드시지 않는다. 어머니 어릴 적 할머니가 국수 장사를 했는데 매일 남은 국수가 끼니로 나와 너무 질릴 때까지 먹었던 기억 때문이라고 한다. 오죽했으면 옆집 친구와 할머니 몰래 밥과 국수를 교환해 먹었다고도 한다. 가난했던 시절 힘들었다는 이야기였지만 어머니 얼굴에서는 그리움이 묻어 보였다.
안동국수는 안동국시라고도 하며 경상도 안동 문화권에서 시작된 안동의 대표 국수 중 하나다.
뜨겁게 먹으면 ‘안동국시’, 차갑게 먹으면 ‘안동건진국시’라고도 한다. 면에는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어 고소하게 만들어 먹으며 칼국수처럼 넓게 썰어 내는 것이 특징이다. 양반가에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내는 메뉴로 국물 또한 독특한데, 만드는 곳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은어로 국을 내는 곳이 많으며 꿩이나 양지로 국물을 내기도 한다.
■들기름 비빔 국수 만들기
<재료>
소면 100g, 알새우 3개, 계란 노른자 1개, 들기름 20㎖, 간장 15㎖, 설탕 1작은술, 볶은깨 약간, 김가루 15g
<만들기>
① 소면은 끓는 물에 5분간 삶는다. 중간중간 찬물을 넣어 물이 넘치는 걸 방지한다. ② 삶은 소면은 찬물에 헹군다. 알새우는 데친다. ③ 들기름과 간장, 설탕을 섞은 후 소면에 버무린다. ④ 접시에 소면을 담고 계란 노른자, 볶은깨와 새우, 김가루를 듬뿍 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