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에 진심인 교촌치킨…“외국계 회사에 주는 수십억, 국내로 돌리고 싶었다” [이 기자의 술래잡기]

편집자 주 : ‘술’은 세대와 연령, 성별을 막론하고 사랑받아왔다. 최근에는 ‘핫’한 걸 넘어 ‘힙’한 존재가 됐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술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특히 최근 변화하는 대중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술이 나오고 있다. [이 기자의 술래잡기]는 그러한 술에 대해 직접 발로 뛰고,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보고, 귀로 듣고 난 뒤 적는 일종의 체험기다. 특색있는 양조장이나 술, 그 술을 빚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또한 전국에 있는 양조장과 그 주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전국 1370개 매장에서 소비되는 콜라 판매액만 수십억원이 됩니다. 그걸 바꾸고 싶었습니다. 국내에서 생산된 음료로 대체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교촌이 청귤 드링크도 만들고 맥주도, 막걸리도 하는 겁니다. 외국계 회사에 수십억원을 주는 게 안타까웠어요.”

 

교촌치킨이 최근이 내놓은 프리미엄 막걸리 ‘은하수 막걸리’. 경북 영양군과 합심해 경영난으로 폐업한 ‘영양양조장’을 복원해 ‘발효공방 1991’이란 이름으로 운영, 이곳을 통해 은하수 막걸리를 빚고 있다. 교촌치킨 제공

국내 치킨 업계 부동의 1위인 교촌치킨이 최근 막걸리를 내놨다. 단순히 양조장에 의뢰해 ‘교촌치킨’이란 이름을 단 막걸리를 내놓은 게 아니다. 교촌치킨과 경북 영양군이 합심해 경영난으로 폐업한 ‘영양양조장’을 복원했다. 여기에 57년 동안 막걸리와 환상의 짝꿍인 빈대떡 등을 만들어온 서울 광장시장 ‘박가네’와 힘을 합쳐 교촌치킨의 이념과 특색을 담은 막걸리를 개발했다. 

 

최근 경기 오산에 위치한 정구관에서 만난 교촌치킨 관계자는 “경북 영양에 위치한 영양양조장은 1926년에 설립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으로 한국 양조의 뿌리”라며 “‘살아있는 막걸리 박물관’이지만 역사로만 위치하기에는 안타까운 마음에 ‘발효공방 1991’이란 이름으로 지난해 9월 새 단장해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발효공방 1991은 100여년 영양양조장의 명맥을 이어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프리미엄 전통주를 생산하고 있다. ‘감향주(甘香酒)’와 ‘은하수 막걸리’다. 

 

달고 향기로운 술이란 뜻의 감향주는 1670년 경 집필된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에 소개된 술이다. 찹쌀과 누룩을 아낌없이 사용하고 물을 거의 넣지 않아 수저로 떠먹는 되직한 막걸리다.

 

은하수 막걸리는 알코올 6도와 8도 두 종류로, 은하수 6도는 별이 쏟아지는 여름밤 가볍게 즐기는 캐주얼 막걸리다. 은하수 8도는 별이 쏟아지는 겨울밤 낭만을 담아 음미하는 프리미엄 막걸리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영양의 밤하늘에 떠오른 은하수를 보고 영감을 받아 탄생한 막걸리”라며 “국내산 쌀과 누룩, 물만으로 만들었다. 은하수 막걸리는 영양의 깨끗한 자연을 담고자 감미료나 방부제와 같은 인공적인 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설명에도 막걸리가 치킨에 잘 어울릴까라는 의문은 계속됐다. 치킨의 기름진 맛과 맥주의 청량감이 만들어내는 조화를 이길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교촌치킨 관계자는 “‘치맥’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치킨과 맥주의 조합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의외로 막걸리와 치킨의 조합도 괜찮다”며 “은하수 6도가 가진 탄산감, 8도가 가진 은은한 꽃향기와 과일향이 치킨과 어울려 또 다른 맛의 조화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하고 있는 치킨과 라면의 조합, ‘치면’을 언급하면서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조합은 찰떡궁합이다. ‘치면’이라는 것도 그런 점에서 만들어진 트렌드로, ‘치막’도 유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막’과 ‘치면’이라는 도전을 진행 중인 것처럼 교촌키친은 업계 1위라는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교촌치킨이 제작비 100%를 지원한 JTBC ‘닭싸움’도 이런 시도 중 하나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닭이 단순히 닭, 치킨에서만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며 “지역을 살리고 전통을 이어가길 바라는 교촌 창립자인 권원강 회장의 기업 이념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교촌치킨은 앞서 강원 고성에 위치한 ‘문베어브루어리’를 인수, 교촌치킨만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문베어(MOONBEAR) 시리즈로, ‘문베어 소빈 블랑 아이피에이’ ‘문베어 모스카토 스윗 에일’ ‘문베어 허니 에일’ 3종류다. 은하수 막걸리를 비롯해 문베어 맥주는 현재 일부 매장에서만 판매 중이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1370개 매장에 전부 공급하기보다는 수제 맥주를 취급하길 희망하는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다”며 “막걸리는 경북 영양을 기반으로 지역 특산주로 자리매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 이태원 필방에서는 교촌치킨의 다양한 매뉴를 접할 수 있는 곳으로, 문베어 맥주는 물론이고 은하수 막걸리도 맛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