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은 인류가 개발한 최대 발명품 중 하나다. 가뭄 때 가뒀던 물을 내보내 생활·산업·농업용수로 활용하고 하천 유량을 조절해 홍수피해도 줄인다. 지구온난화로 극한 호우와 가뭄이 잦아지면서 댐의 가치는 갈수록 커진다. 물의 낙차를 이용해 아무 공해 없이 전력을 생산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댐이 붕괴하는 날에는 그야말로 지옥문이 열린다.
1975년 중국 반차오(板橋)댐 붕괴는 최악의 참사로 꼽힌다. 그해 8월 초 태풍 ‘니나’는 허난성 반차오댐 일대에 24시간 동안 무려 1631㎜의 비를 뿌렸다. 강우량 측정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양이다. 댐은 통신두절 탓에 수문을 제때 열지 못했고 결국 엄청난 수압에 무너졌다. 하류의 댐 62개도 차례로 붕괴했다. 초유의 물난리로 하루 사이 23만명이 숨졌다. 1985년 이탈리아 스타비댐 붕괴는 전형적인 인재사고다. 사고 6개월 전 산사태로 댐 외벽에 생긴 구멍을 보수하는 작업이 부실하게 진행됐다. 여기에 비까지 많이 내려 상부댐이 무너졌고 그 잔해가 하부댐으로 몰려들어 도미노 붕괴사태로 이어졌다. 불과 4분도 되지 않아 268명이 숨졌고 건물 63곳, 다리 8개가 파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