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시작”…헤레디움서 역대 최대 규모 안젤름 키퍼展

현대미술 거장 키퍼, 국내 미술관 최초로 헤레디움서 전시
지난 14일 대전 헤레디움에서 전시 중인 안젤름 키퍼전 전경. 김수연 기자

 

“‘폐허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작가의 철학과 수탈 위기를 겪은 뒤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가는 헤레디움의 공간적 의미기 맞닿은 전시죠.”

 

지난 14일 대전 동구 인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헤레디움(HEREDIUM)’에서 만난 함선재 관장은 신표현주의 거장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의 국내 첫 미술관 전시인 ‘가을 : Herbst’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가을 Herbst는 국내에 최초로 선보이는 작품을 포함해 총 18점으로 구성된 국내 역대 최대 규모의 미술관 전시다. 내년 1월31일까지 열리는 해당 전시는 세계 2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2023 프리즈(Frieze Seoul)’와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와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안젤름 키퍼. 헤레디움 제공

 

이번 전시 작가인 안젤름 키퍼는 20세기 후반의 신표현주의 미술 운동의 주요 인물로 평가받는 독일의 화가이자 조각가이다. 역사, 문화, 신화적 소재에서 촉발한 다층적인 주제를 예술로 표현하며 현존하는 현대미술 ‘최고의 거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7년 생존 작가 중 두 번째로 루브르 박물관에 작품을 영구 설치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특히 2022년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베네치아 건국 1600주년 기념행사로 베네치아 두칼레 궁전 내 단독 전시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키퍼는 모래, 밀짚, 나무, 재, 진흙, 납과 같은 비(非)회화적인 재료들을 사용하여 반(反)회화적인 모습을 선보인다. 이미지와 물질, 텍스트가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은 이번 전시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키퍼가 사랑한 오스트리아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R. M. Rilke, 1875~1926)로부터 영감을 얻어 제작한 작품들을 선보이는데, 릴케의 ‘가을날(Herbsttag, 1902)’, ‘가을(Herbst, 1906)’, 그리고 ‘가을의 마지막(Ende des Herbstes, 1920)’이라는 세 편의 시가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중심이 된다.

헤레디움 외관. 헤레디움 제공

 

회화의 환영과 재료의 성질을 공존시켜 주제를 부각시키는 키퍼만의 작품 방식은 ‘헤레디움’이라는 공간이 갖는 상징성과도 연결돼 더욱 그 의미를 더한다. 헤레디움은 수탈의 장소를 소통의 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새로운 백 년을 열겠다는 취지로 다양한 예술문화 활동과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헤레디움은 ‘유산으로 물려받은 토지’라는 뜻으로, 1922년에 만들어진 구 동양척식주식회사를 복원한 복합문화공간이다.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은 2004년 문화재로 등록된 뒤 다양한 고증자료와 분석을 통한 복원작업으로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전시와 공연을 위한 헤레디움으로 재탄생했다. 지난 8일 공식 개관했다.

 

이번 전시에는 관람객의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한 스페셜 오디오 가이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배우 소유진씨가 재능기부로 참여해 작가 소개, 작품 배경, 그리고 작품 의미 등에 대해 전한다. 전시에 대한 상세 정보 및 티켓 예매는 헤레디움 공식 홈페이지와 공식 예매처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티켓은 성인 1만5000원, 어린이 9000원 등에 판매한다. 관람 시간은 추석 연휴 기간을 포함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매주 월·화요일 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