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사로 확인된 文정부 집값 통계 조작, 성역 없이 수사해야

부동산원 압박 94차례 상승치 낮춰
소득·분배·고용 수치도 분식 드러나
재발 없도록 책임자 일벌백계하길

문재인정부 시절 집값과 소득, 분배, 고용 통계가 조작된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어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통계법 위반,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 혐의가 드러난 관련자 22명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대상에 포함됐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통계 조작이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이뤄졌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감사 결과는 문재인정부의 통계 조작이 한두 번에 그치지 않고 상시적·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을 보여 줘 참담하기만 하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부동산 통계 작성 기관인 한국부동산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수치를 조작한 것만 94차례에 이른다. 서울 지역 주간 집값 변동률이 전주보다 높게 나오거나 부동산 대책 효과를 보여 줄 필요가 있을 경우 재검토 지시, 상승 사유 소명 요구, 현장 점검 요구 등 방법으로 상승률을 낮추도록 압박했다고 한다. 국토부가 부동산원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감정원(부동산원의 옛 명칭)의 조직과 예산은 날려 버리겠다”고 협박하기까지 했다.

 

이러니 정권 입맛에 맞는 통계가 나올 수밖에 없지 않았겠는가. 문재인정부 5년간 서울 집값이 KB금융 통계로 62.20% 급등했으나 부동산원 통계로는 19.46% 상승에 그친 것으로 분식됐다. 세금 폭탄에 재건축 규제, 부동산 임대차 3법 시행 등 정책 실패로 하루가 멀다고 집값이 뛰는데도 당국자들은 “안정되고 있다”는 말로 국민을 기만했다. 진단 수치가 잘못됐으니 제대로 된 처방전이 나올 리 없다.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26차례나 내놓고서도 집값 급등을 막을 수 없었던 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소득, 분배, 고용 통계 ‘마사지’도 서슴지 않았다. 청와대 정책실은 2017년 1분기에도 소득분배지표가 악화하자 통계청에 이례적으로 원인을 분석·보고하도록 수차례 지시한 데 이어 2분기 가계소득마저 감소로 전환되자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취업자가 있는 가구’ 수치에 전에 없던 가중값을 추가했다고 한다. 비정규직 숫자가 크게 늘어난 통계가 예상되자 설문 대상 노동자들에게 고용예상기간을 한 번 더 질문하는 ‘병행조사’ 효과 탓이라는 식으로 꾸미기까지 했다.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려고 원전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정부이니 경제 통계 조작이 놀랄 일만도 아니다.

 

정확성과 신뢰성이 생명인 통계를 정부가 나서 조작하는 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국민을 우롱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적인 조롱을 사는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검찰은 통계 조작을 국기 문란으로 보고 성역 없이 수사해 진상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또한 공직자들이 두 번 다시 통계 조작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끔 이번 일에 연루된 인사들을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