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그릇 장사로 얻은 지식 재밌게 풀어내

역사와 문화로 보는 주방 오디세이/장원철/글항아리/1만9800원

 

나 자신이나 가족, 다른 사람의 허기를 달래 주기 위해 맛있는 요리를 하는 부엌이 폭력적인 장소라니. 뭐지? 저자가 설명하는 이유를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끓는 물과 뜨거운 불이 있고 무엇보다 칼이 있다. 부엌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상당수를 칼이 담당한다. 산업화된 먹거리 체계로 진입한 후 주방에서 직접 피비린내와 조우하는 일은 드물어졌지만 1970년대만 해도 닭 정도의 소형 동물은 칼을 쥔 자에 의해 부엌 현장에서 목이 따였다.”

독자에게 부엌이 색다르게 보이는 순간 저자는 ‘도마론’을 펼친다. “살육의 순간을 끊임없이 목도하며 폭력의 상흔을 제 몸에 간직하는 것이 바로 도마다”라고 하면서. 이어 나무, 유리, 대리석, 실리콘 등 각종 도마의 소재와 장단점을 나열한다.

장원철/글항아리/1만9800원

이처럼 책에는 칼과 도마를 비롯해 수저, 냄비, 밥솥, 프라이팬, 밥상, 냉장고,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 등 사람의 입에 들어가기 위해 식재료가 조리되고 차려지고, 치워지기까지 사용되는 거의 모든 주방 도구에 얽힌 이야기가 담겼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뻔한 얘기가 아니다. 저자의 독특한 이력과 무관치 않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업소용 주방 기물을 취급하는 그릇도매상으로 5년간 일한 뒤, 다시 5년 동안 국내외 많은 종류의 주방 기물에 대해 열심히 공부한 결과를 글로 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