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학대 당한 강아지를 빨리 구출해 줄 방법이 없을까요?”
지난달 8일 온라인상에선 ‘경북 구미시 봉곡동 실시간 동물학대 현장’이라는 제목과 함께 문제의 영상이 공유됐다. 당시 영상에는 중년 남성으로 보이는 견주가 길거리 한복판에서 목줄을 내리쳐 진돗개를 여러 차례 때리는 모습이 담겼다. 이 강아지는 바닥에 엎어진 채 폭행을 당하면서도 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견주가 손짓을 하자 그제야 일어나 부리나케 달아났다.
이른바 구미 개 학대 사건이다. 이 사건을 접한 김건희 여사는 눈물을 훔치며 늦은 시각 학대 당한 강아지를 구할 방법을 수소문했다고 한다. 다행히 이후 보호단체 측의 빠른 대응으로 구조대가 출동해 학대 당한 강아지는 격리 조치됐고, 현재까지 안전하게 보호 중이다.
학대 당한 강아지가 구조됐다는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린 김건희 여사는 익명으로 동물보호단체 측에 강아지의 임시보호에 나서겠다는 뜻을 비쳤다. 하지만 강아지의 정서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단체측과 전문가들의 만류에 아쉽지만 마음을 접었다고 한다.
17일 다수의 동물보호단체와 구미시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경북 구미 개 학대 사건에 김건희 여사가 나서서 강아지 구조와 보호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처럼 김건희 여사의 동물사랑은 진심이다. 개 식용 금지를 위한 법안, 이른바 김건희법이 연례 통과에 급물살을 탄데도 이같은 김 여사의 동물보호를 향한 의지가 담겨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건희법은 김건희 여사의 적극적인 목소리에 힘입어 국회 통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김 여사의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와 국회의 초당적인 협치가 이뤄낸 결과다. 김건희법으로 시작된 동물권 보호 움직임에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 국회에는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안, 동물보호법 개정안, 축산법 개정안, 축산물 위생관리법 개정법률안 등 관련 법안이 다수 제출돼 있었지만 실제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했다. 애당초 정치권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논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1년에도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 있었지만 공감대를 형성한 것 외에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이에 동물애호단체 등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개 식용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김건희 여사가 개 식용금지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면서 개 식용금지 법안은 이제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 김 여사의 계속된 호소에 여야가 이에 호응하며 논의가 급물살을 탔기 때문이다. 최근 개 식용 금지법안에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붙은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개 식용 문화 종식’을 현 정부 임기 내 이루겠다”고 언급하는 등 주기적으로 개 식용금지 관련 목소리를 높여왔다. 세계적 영장류학자이자 환경 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를 만나 “한국 사회가 개 식용 문화의 종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가 이처럼 개 식용 금지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데는 “인간의 친구인 반려동물에 대한 존중”이라는 김 여사의 오랜 생각이 바탕이 됐다.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유기견 나래, 올리, 고양이까지 총 11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운다. 특히 김 여사는 결혼 전부터 20년 가까이 유기견, 유기묘 구조 및 지원 활동을 해왔고 이는 윤 대통령 취임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본격적으로 개 식용금지를 위해 목소리를 내면서 정부와 국회도 이에 호응했다. 지난달 24일 출범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초당적 의원모임’은 여야를 초월해 총 44명의 의원이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식용 종식과 관련된 법안들을 11월까지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즉 김건희법 통과에 여야가 합심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개 식용 금지법안 통과를 내세우자 야당도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지난 13일 “김건희법은 변함없이 추진 중”이라며 여야 의원들의 대승적인 협력을 부탁했고, 민주당은 다음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정치권 뿐만 아니라 여론도 김건희법 통과에 크게 호응하고 있다. 이번 개식용금지법안에 김 여사의 이름을 붙인 동물애호단체들은 동물권 보호의 오랜 숙제였던 김건희법 제정에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동물애호가들은 자발적으로 김건희법의 국회 통과와 국민의 관심을 독려하는 카드뉴스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 김건희법을 외곽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들이 배포한 카드뉴스에는 “등록 시각 장애인 25만3000명인 시대에 안내견을 이용하는 장애인은 100명이하”라는 점을 지적하며 “개 식용 금지법, 김건희법에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동물과 공존하는 시대, 동물을 대하는 우리의 시대적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지지를 독려했다.
또 각종 여론조사에서 개 식용 금지에 대한 찬성 의견이 잇따르며 여론도 김건희법 통과에 호의적이다. 서울대 수의대에서 조사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민 10명중 6명은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한다는 데에 동의했고, 10명 중 9명은 개 식용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답했다. 실제 젊은 층에서는 양질의 고기를 먹을 수 있는데 굳이 개고기를 찾아 먹으려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고, 이같은 인식에 맞춰 개고기를 전문으로 파는 식당도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한 동물애호단체의 임원은 “김건희 여사의 적극적인 지지를 통해 그간 지지부진했던 개 식용 종식법의 국회 통과가 눈 앞에 있게 된 것”이라며 “국회에서 여야가 합치해 오랜기간 동물권 보호의 난제였던 개 식용 종식을 꼭 연례 실현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기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