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18일째를 맞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건강이 급격히 악화해 즉시 단식을 중단하라는 의료진의 권고를 받았다. 이 대표 스스로는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으나 의료진은 당장 단식을 중단하고 입원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청에서 단식을 계속하던 이 대표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하자 응급실 입원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19 구급대를 불렀다. 민주당 신고를 받고 국회 본청에 출동한 119구급대원들은 이날 오후 3시20분쯤 당대표실에 들것을 들고 들어갔다. 그러나 10분 후 이 대표 없이 들것만 들고 다시 나왔다. 의사 출신 신현영 의원까지 투입해 단식 중단을 설득했지만 이 대표가 완강히 거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날까지는 지팡이를 짚고 거동을 할 수 있었던 이 대표는 이날부터는 침상에 누워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저체온증 등 뚜렷한 신체 기능 저하 현상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 당의 원로들과 민주당 의원 20여명은 단식 중단을 촉구했다. 이 대표의 단식을 계속해서 비판해온 조응천 의원도 전날 이 대표 단식장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박광온 원내대표와 일부 의원들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윤석열정부 전면 국정쇄신 등 이 대표가 단식 명분으로 내건 요구사항을 재차 촉구하기도 했다.
단식이 장기화하면서 그간 이 대표 단식을 외면해온 국민의힘도 여러 차례 중단을 촉구했다. 김기현 대표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이 대표를 향해 “건강이 악화해 회복에 큰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도록 이제 단식을 중단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정 현안을 점검하고 민생을 챙겨야 하는 정기국회가 시작돼 본격 가동되고 있다”며 “이 대표가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즉시 여야 대표 회담을 열고 민생에 대해 치열한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앞서 지난 14일과 15일에도 연이어 단식을 중단할 것을 권유하는 발언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 대표의 단식을 조롱했던 데 대해 사과했다. 홍 시장은 전날 SNS에 올린 글에서 “단식 초기 ‘철부지 어린애의 밥투정 같다’고 했던 말을 사과드린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목숨 건 단식을 조롱한 건 잘못”이라고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이어 이 대표를 향해 “이제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챙기길 바란다”며 ‘신외무물(身外無物·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의 사자성어)’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르면 이번 주 초에 청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