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러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극동지역 군사·경제 핵심인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아 광폭 행보를 했다. 극초음속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둘러보고 시민들과 발레 공연도 관람하는 등 국방·외교 활동을 펼쳤다.
17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6일(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 크네비치 군 비행장과 태평양함대 기지를 방문했다. 통신은 16일 오전 9시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시 인근 “아르툠 프리모르스키1역 구내에 도착했으며 크네비치 군 비행장으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조로(북·러) 두 나라 관계 발전의 역사에 친선 단결과 협조의 새로운 전성기가 열리고 있는 시기”의 방문이라고 강조했다. 비행장에는 군 최고 계급인 원수 리병철, 박정천과 국방상 강순남을 비롯해 김광혁 공군사령관, 김명식 해군사령관 등이 동행했다.
김 위원장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지역 및 국제·군사·정치 정세에 대한 견해들을 공유하시고 두 나라 무력과 국방 안전 분야에서의 전략 전술적 협동과 협조, 호상(상호) 교류를 더욱 강화해 나갈 실무 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김 위원장의 방러 일정에 극초음속미사일과 폭격기, 전투기 등이 등장한 것은 한·미가 그동안 대외에 과시했던 모습과 유사하다. 지난해 11월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미국을 찾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안내로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방문해 B-52와 B-1B 폭격기에 대해 설명을 듣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지난해 9월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논의차 미국을 방문한 신범철 국방부 차관도 같은 기지에서 B-52의 핵탄두 탑재 부분을 직접 확인한 바 있다.
한·미는 미군 전략자산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면서 연합훈련 강화 등을 통해 북한에 없는 ‘동맹’의 힘을 극대화해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북한도 이에 맞서 러시아 전략무기를 앞세워 양국 간 군사협력 가능성을 강조하고, 또 한·미동맹에 맞설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올해 4월 한·미 확장억제에 관한 워싱턴선언이 나온 뒤 내놓은 ‘입장’에서 “우리의 자위권 행사도 그에 정비례해 증대될 것”이라며 ‘정비례 원칙’을 대남·대미 기조로 거듭 강조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저녁 마린스키 극장에서 발레극 ‘잠자는 숲의 미녀’를 관람하는 등 연성 일정도 소화하는 여유를 보였다. 극장에는 경제 분야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 최선희 외무상, 오수용·박태성 당 비서와 러시아 천연자원부 장관, 연해주 주지사 등이 동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냉전시대에 소련은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는 북한을 지원했지만, 전략무기 분야에서는 협력하지 않았다”며 “이번 방러를 통해 북·러 관계는 냉전시대의 동맹을 넘어서는 전면적 전략적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