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 ‘주가’만 높여준 거대야당의 해임요구

장관과 달리 총리는 국회 인준 필수
대통령에게도 총리 인선은 부담
野, 수용 어려운 내각 총사퇴 대신
총리 해임건의안 내지만 전망 어두워

‘내각 총사퇴 요구→국방장관 해임요구→국방장관 탄핵 공식화→국무총리 해임요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31일 윤석열정부를 향해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이후 이달 17일(이 대표 단식 18일차)까지 야당이 보여온 행보다. 여권으로선 어느 것 하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들이어서 사실상 이 대표와 야당이 ‘단식 정국’의 출구를 스스로 닫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군다나 총리 해임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하겠다는 야당 방침은 대여 공세 의도와 달리 한덕수 총리의 ‘주가’만 높여준 모양새다.

 

한덕수 국무총리. 총리실 제공

각 부 장관의 경우 야당이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에 협조하지 않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반면 총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인준안이 통과된 후에야 임명할 수 있기 때문에 임명권자인 대통령 입장에선 후보 물색 과정에서부터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하고, 특히 여소야대 정국 하에서 총리 교체는 정치적 부담이 따르는 일이어서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정부의 초대 총리로 노무현정부의 마지막 총리를 지낸 한덕수 총리가 발탁된 데는 여소야대 의석수도 고려됐다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윤 대통령이 총리 해임건의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은 이미 야당 내부에서조차 나온다. 한 현역 의원은 “이 대표가 단식을 하면서 당 내부 결속에는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며 “당이 나아가는 방향이 맞든 안 맞든 일단 지금은 이대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의원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겠나”라고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

 

처음부터 무리인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가 뜻대로 안 되니 총리 해임건의라는 임시방편을 꺼내 들긴 했지만 이조차도 수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민주당은 출구 없는 ‘단식 정국’이란 미로를 헤매는 형국이다. 이 와중에 지난 5∼8일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한 총리가 야당 공세에 물러섬 없는 모습을 보였던 점 등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예전의 ‘얌전한 한덕수’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오히려 야당의 정치 공세가 한 총리의 ‘맷집’과 ‘전투력’만 한껏 높여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