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을 돌려놔라” 카셀대 학생들 가면시위…독일인의 명료한 역사의식

카셀대 총학생회, 영구존치 결의안 통과시켜 평화의 소녀상 ‘누진’ 세워
지난 3월 학교 측 기습 철거…이에 항의한 학생, 시민 가면시위 벌여

독일 테니스 선수 츠베레프, 경기 도중 관중의 ‘나치 찬양’에 항의하기도
“독일은 도대체 역사 교육 어떻게 시키냐” 감탄 자아내
독일 카셀대 학생들과 카셀 시민들이 “누진(소녀상)을 구하라”, “누진은 어디에” 등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소녀상 가면을 쓰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카셀대 미대 제공)

 

총학생회 주도로 평화의 소녀상 ‘누진(Nujin)’을 세웠다가 기습 철거당한 독일 카셀 주립대 학생들이 시민들과 함께 소녀상 가면을 쓰고 시위에 나선 일이 뒤늦게 눈길을 끌었다.


1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간) 독일 카셀중앙역 앞에서 카셀대 학생들과 시민 50여명이 소녀상 가면을 쓰고 행진하며 “누진을 구하라”고 거듭 외쳤다.

 

학생·시민들은  ‘누진은 어디에(Where is Nujin?)’, ‘누진을 구하라(Save Nujin)’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중앙역에서 쾨니히스 플라츠와 시청 등을 지나며 2시간여 동안 게릴라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날은 카셀시가 주최하는 시민축제인 ‘박물관의 밤’으로, 평화로운 축제의 밤 이들이 게릴라 퍼포먼스를 벌인 이유는 빼앗긴 ‘평화의 소녀상’을 되찾기 위해서다.

 

연합뉴스(카셀대 미대 제공)

 

해당 시위는 소녀상 기습철거에 저항하는 카셀대 미술대학 학생들의 워크숍에서 이 학교 졸업생인 이단 작가가 ‘브이포벤데타’에서 브이(V)와 같이 가면을 쓰고 소녀상으로 분할 것을 제안해 벌어졌다.

 

퍼포먼스에는 워크숍에 참여한 학생들과 총학생회, 매주 수요일 소녀상 누진이 있던 자리에서 집회하는 시민과 재독한인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단 작가는 “평화의 소녀상이 기습 철거됐는데, 너무 화제가 되지 않아 우리 모두가 소녀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참여함으로써 정보가 확대될 수 있도록 퍼포먼스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미대 학생 코리는 “시민들이 퍼포먼스를 보더니 같이 다가와 걷기도 하고, 가면이 멋있어 보인다면서 달라고 하고,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해해서 설명해주면, 학교 측의 부당한 조처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공감해줘서 많은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더불어 “소녀상을 통해 한국의 역사뿐 아니라 지금도 우크라이나나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여성을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전쟁범죄에 대해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카셀대 미대 제공)

 

카셀대 학생들은 앞으로도 학교 안팎에서 여러 형태로 게릴라 퍼포먼스(https://www.savenujin.com)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워크숍 말미에는 각자 작업한 관련 작품 전시도 열린다.

 

카셀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7월 총학생회 본관 앞 신축공원에 국제현대미술전시회 카셀 도큐멘타와 동반해 소녀상을 설치했다. 이는 독일 대학 캠퍼스 내 첫 설치 사례로, 총학생회는 학생 의회에서 영구존치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며, 부지 사용에 대해 대학 측의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카셀대 측은 이후 도큐멘타가 끝나 전시허가 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하다가 학생들이 거부하자 지난 3월 9일 아무런 예고 없이 소녀상을 기습 철거했다.

 

당시 재독시민사회단체 코리아협의회는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총장 측과 이를 반대하는 총학생회 측이 대치 중이었고, 관련 협상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기습 철거에 나서다니 충격적”이라며 소녀상 철거에 일본 정부의 압박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 도중 독일 국적의 알렉산더 츠베레프(세계랭킹 12위) 선수가 ‘관중석에서 누군가 나치를 찬양하는 가장 유명한 문구를 외쳤다’며 심판에게 호소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편 지난 5일(현지시간) AP통신과 도이체벨레(DW) 등에 따르면 전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에서 독일 선수를 조롱하듯 나치 독일 시절 국가를 부른 관객이 퇴장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경기는 독일 선수 알렉산더 츠베레프(세계랭킹 12위)와 얀니크 신네르(6위·이탈리아)의 경기로, 츠베레프는 2-2로 맞선 4세트 도중 갑자기 경기를 중단했다. 그는 심판석을 향해 “누군가 아돌프 히틀러에 관한 가장 유명한 문구를 외쳤다”면서 “용납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심판은 관객석을 향해 “누구냐”고 물은 다음 문제의 관객을 찾아내 경기장 밖으로 퇴장시켰다. 관객들은 츠베레프를 향해 박수를 보냈고, 당시 모습을 담은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돼 감탄을 자아냈다.

 

누리꾼들은 “독일은 도대체 역사 교육을 어떻게 시키길래...저 젊은 선수가 그 정신없는 와중에 진짜 멋지다”, “독일국적의 선수가 옛나치의 국가를 거절하는 모습이라. 진정으로 사과하는 모습이란 이런 것이다”, “반성 없는 일본과 대조적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