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Non) 알코올 맥주에 대한 대부분의 반응은 “취하지 않는 술이 무슨 술이냐”는 기본이고 “알코올 없이 무슨 맛이 나겠냐”이다. 하지만 이런 무시와 조롱이 무색하게 전 세계 논 알코올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2년 13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홈술, 웰빙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며 2020년 200억원 규모로 급증했다. 2025년에는 2000억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논 알코올 맥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마트에는 논 알코올릭 코너가 별도로 마련됐고, 국내 시판 중인 논 알코올 맥주 종류도 수십여 종에 달한다. 가격대는 1000원 미만∼3000원으로 다양하다. 일반 맥주처럼 레몬, 자몽, 로제 등 과일향을 가미한 논 알코올 맥주들도 다양하게 출시돼 있다.
건강과 웰빙 등의 이유로 논 알코올 맥주를 시도해보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지난 10일 국내에서 판매 중인 무알코올 맥주 10종을 시음 테스트해봤다. 앞서 논 알코올(알코올 1% 미만 함유) 맥주와 무알코올(알코올 없음) 맥주를 시음해본 결과 알코올이 조금이라도 함유된 논 알코올 맥주가 알코올 맥주 맛에 훨씬 가까워서 논 알코올 맥주만 테스트했다.
테스터로는 WSET(국제와인앤스피릿 전문가과정) 레벨3와 TWS(프랑스 와인전문가 과정)를 수료하고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을 역임하고 있는 최현태 기자와 조주기능사 자격증을 가진 이정한 기자, 자격증은 없고 건강상의 이유로 무알코올 맥주에 진심인 필자까지 세 명이 참여했다. 연령은 각 50대, 30대, 40대이다.
◆예상 밖 1위...취향 따라 평 엇갈린 맥주도 많아
평가 기준은 맥주 특유의 톡 쏘는 맛을 느낄 수 있는 ‘탄산감’과 맛과 향의 조화 ‘밸런스’, 목 넘김 후 여운 ‘피니시’ 세 항목으로 나누고, 각 항목 점수를 바탕으로 총점을 냈다. 별 다섯 개가 최고점이다.
음식도, 술도 개인마다 선호하는 맛과 향이 다른 만큼 엇갈린 평가를 받은 맥주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높은 점수를 받은 상위 3개 맥주는 평이 비슷했다.
우선 별 다섯 개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맥주는 ‘제주누보’였다. 기자가 미리 국산 논 알코올 맥주들을 시음한 후 2개를 후보로 올렸으나 솔직히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제주누보는 뛰어난 밸런스(별 다섯 개)와 은은하게 느껴지는 감귤향 풍미가 좋다는 평을 받았고, 알코올 맥주와 차이를 못 느끼겠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2위는 칭따오로, 별 4개 반을 받았다. 최 기자는 “전반적으로 풍미와 밸런스가 뛰어나다”고 평했고, 이 기자는 “라거 느낌을 잘 살렸으며 무알코올 맥주는 처음 시도해보는 사람에게 추천한다”고 했다.
3위는 별 4개를 받은 크롬바커다. 평가자 모두 크리미한 질감과 풍부한 효모향, 긴 여운을 느꼈다.
평가자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선명하게 갈린 맥주도 있다.
코젤은 최고 별 5개와 최저 별 2개를 받았다. 흑맥주의 커피향과 달큰한 과일향을 잘 구현했다는 평가는 일치했다. 하지만 “입과 코에서 느껴지는 밸런스가 좋고, 크리미한 질감도 뛰어나다”는 평과 “홉의 쌉싸름한 깊은 맛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엇갈린 평이 나왔다.
산미구엘도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다. “달콤한 뉘앙스의 효모향이 돋보이며 자몽 등 과일 향과 구운 견과류 풍미가 느껴진다”와 “구수한 듯하면서 시큼한 향”, “호불호가 갈릴 개성 강한 맛”이라는 평이 나왔다. 카이저돔도 “농도가 묽고 풍미가 약하다”와 “밀 맥주 맛을 잘 구현, 에어딩어나 파울라너 밀 맥주 등을 즐겨 마시는 사람에게 추천한다”는 다른 반응이 나왔다.
이날 평가자들 외에도 기대 없이 논 알코올 맥주를 시음해 본 사람들은 모두 “알코올 맥주 맛과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며 놀라워했다. 취하지 않는 술을 뭐하러 먹느냐던 이들도 한두 잔 마시고는 “왠지 벌써 취하는 느낌”이라고 했지만, 얼굴색이 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논 알코올 맥주가 알코올 맥주에 비해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겠지만, 알코올 맥주의 단점을 상쇄할 장점은 훨씬 더 많다. 칼로리도 적고(330㎖ 기준 30∼50㎉), 숙취나 주사 등의 걱정이 없으며, 건강상의 이유로 알코올을 멀리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대체재임에 틀림없다.
◆논 알코올 맥주 마시기 전에 알아둘 것
논(Non) 알코올 맥주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알코올이 전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논 알코올 맥주 라벨에 ‘0.0%’라고 표시돼 있으니 근거 없는 오해도 아니다.
알코올이 전혀 함유되지 않은 것은 ‘알코올 프리(무알코올)’라고 하며, 라벨에 ‘0.00%’로 표시돼 있다. 국산 맥주 가운데 하이트제로, 클라우드제로 클리어가 대표적이다.
논알코올릭(비알코올)은 알코올이 1% 미만 함유된 것으로 주류가 아닌 효모음료(살균제품)로 분류된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논 알코올 맥주는 알코올 함유량이 대체로 0.03∼0.05% 수준이다.
제조 과정도 다르다. 논 알코올 맥주는 발효 공법을 따르지만, 무알코올은 발효 단계가 없다고 한다.
논 알코올은 대체로 일반 맥주와 동일한 제조 공정을 거친 후 마지막 여과 단계에서 알코올만 제거하거나 발효를 중단시켜 생성을 막는다. 반면 무알코올은 발효를 전혀 하지 않고 당화된 맥아를 여과한 엑기스에 흡과향을 더해 제조한다. 기자가 두 종류의 맥주 여러 개를 시음해 본 결과 논 알코올 맥주가 확실히 일반 맥주 맛에 가까웠다.
논 알코올 맥주에 들어있는 알코올이 극소량이어서 마시고 난 후 운전을 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알코올 도수 0.03%의 논 알코올 맥주를 마셔 4.5도의 알코올 맥주 500㎖ 한 잔의 알코올 수치가 나오려면 논 알코올릭 맥주 130캔 이상을 먹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몸무게 70㎏의 남성이 논알코올릭 맥주 330㎖ 130캔을 마셨을 때, 혈중 알코올 농도 최대치는 약 0.0020653%로 계산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미성년자나 임산부가 마셔도 될까.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에 의해 미성년자에게 논 알코올 맥주 판매가 불가능하며, 라벨 제품 정보에도 ‘성인용’이라고 별도 표기돼 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오렌지 주스나 발효식품인 김치보다 낮은 알코올이 포함돼 있지만, 임산부나 환자 등 알코올에 취약한 경우 극소량의 알코올 성분이라도 개인에 따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