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은 향후 10년간 1300조원 규모 세계 함정 시장 가운데 300조원 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
한화오션 시흥 연구개발(R&D)캠퍼스의 박진원 방산기술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15일 “한화오션은 글로벌 안보환경 변화에 따라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역대급의 과감한 투자를 시작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강중규 중앙연구원장이 “2조원을 살뜰하게 투자해 멋진 회사로 만들어보겠다”며 지난 5월 발표한 2조원 유상증자 계획의 구체적인 투자처를 공개한 데 대한 설명이다. 한화오션은 방산 설비 확충 등에 9000억원, 친환경 스마트십 개발에 6000억원, 해상풍력 단지 개발에 2000억원, 스마트 야드 구축에 2000억원 등을 투입할 예정이다. 전체 투자의 45%를 초격차 방산 기술력 확보에 투입해 2040년 매출 30조원 이상, 영업이익 5조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예인수조 옆엔 모형제작워크숍이 있다. 일련번호와 여러 표시가 된 노란 모형선들이 늘어서 있다. 모형선은 통상 겹쳐진 나무 판재를 깎아 만드는데, 한화오션은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복합플라스틱 소재(ABS)로 10m급 시험용 쌍축선 모형을 제작했다. 이 연구원은 “지금까지 모형선 115척을 만들어 시험했고 절반은 폐기됐다”며 “3D프린팅이 도입되면 생산성이 50%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폐기된 모형선은 보안상 이유로 톱밥으로 갈린다.
조선업계 최초·유일의 음향(音響)수조는 지난 6월 자동화시스템까지 갖췄다. 한화오션 방산 기술력의 정점이다. 이원병 진동소음연구팀 책임연구원은 “음향수조에선 함정들의 수중 소음을 최소화해 적으로부터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구현한다”고 했다. 수상함의 수중 소음 저감 기술인 ‘마스커 에어 시스템’(공기 분사로 선체에 에어커튼을 만들어 소음을 줄이는 기술) 개발을 위한 기반 연구도 마쳤다.
길이 62m, 높이 20m의 ‘미음(ㅁ)’자 형태인 공동(空洞)수조는 압력 변화로 기포가 생기는 ‘캐비테이션’(공동) 현상을 연구한다. 알루미늄으로 ‘30분의 1’로 축소 제작한 프로펠러를 상대로 초속 15m까지 유속을 조정하며 선체 진동의 원인이 되는 공동 현상을 최소화하는 게 목표다. 조립만 4개월이 걸린 세계 최대 상업용 공동수조다.
이 밖에 시흥R&D센터에서는 미래 디지털 선박 기술을 선도하는 스마트십 플랫폼 ‘HS4’를 통해 실제 운항 중인 선반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육상에서 수집·분석해 운항의 효율과 안전성을 향상하고 있다. HS4 미디어 연구실과 마주한 자율운항선 관제센터에서는 자율운항 전용 시험선인 ‘한비’를 활용해 원격제어 시험에 나서고 있다. 2030년까지 ‘레벨4’ 수준의 완전자율운항이 가능한 스마트십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