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의원 의사당 복장 지침 완화

‘품위 유지’ 정장차림 관행 개선
자유 복장으로 의회 출석 가능
공화당 일각 “수치스런 일” 비판

미국 연방 상원의원이 자유로운 복장을 한 채 회의장에 출석하는 모습을 조만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17일(현지시간)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에 “나는 계속 정장을 입겠지만, 의원들은 상원 회의장에서 어떤 복장을 할지 각자가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AP연합뉴스

최근 상원 경위들에게 전달된 새 복장 지침은 이번 주부터 의회 직원을 제외한 의원들에게만 적용된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미 상원에는 명문화된 복장 규정이 없지만 남성은 넥타이와 정장, 여성은 드레스나 스커트 정장 차림을 하는 것이 오래된 관행이었다. 이에 따라 의사당에 촉박하게 도착해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던 의원들은 회의장 구석 휴대품 보관소에 한쪽 발을 걸쳐둔 채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거나 내려 보이는 방식으로 찬반 표결에 참여하곤 했다.

품위·권위 유지를 이유로 엄격하게 고수되던 의회 복장 관행은 시대 변화에 따라 손질이 가해졌다. 미 상원에서는 1993년 바버라 미컬스키 의원이 바지 차림으로 등원한 일을 계기로 여성의원의 바지 정장 착용이 허용됐다.

2017년에는 미국 CBS방송 기자가 민소매 원피스를 입었다는 이유로 의사당에서 쫓겨나는 일이 발생하자 미 최초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공화당 마사 맥샐리 하원의원이 민소매 옷을 입고 회의장에 등장해 항의했다. 여야 여성의원들이 ‘민소매 입는 금요일’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폴 라이언 당시 하원의장은 복장 관행의 현대화 필요성을 인정해 민소매 옷과 샌들 차림을 허용했다.

이번 새 지침은 올 초 우울증 치료를 받고 상원에 복귀한 뒤 펜실베이니아 부지사 시절 즐겨 입던 후드티 차림으로 돌아간 민주당 존 페터먼 의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충성파인 공화당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복장 규정은 의회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세우는 사회 기준 중 하나”라며 “페터먼을 위해 규정을 폐지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