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국세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59조원 이상 부족할 것이라고 공식화했다. 역대급 ‘세수펑크’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수출 부진에 따른 기업 실적 급감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기업의 영업이익은 곤두박질쳤고, 이에 따라 법인세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자산시장까지 위축되며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목에서 마이너스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3년 연속 두 자릿수 세수 오차율을 기록한 정부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특히 빗나간 세수 전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국세수입 재추계’를 보면 올해 국세수입은 기존 세입예산안 전망치 400조5000억원에서 59조1000억원 줄어든 341조4000억원으로 예상됐다. 기재부는 “지난해 4분기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대내외 경제 여건의 급격한 악화로 기업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자산시장이 위축되면서 국세수입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1∼7월 국세수입은 217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3조4000억원 줄었다. 기존 전망보다 14.8% 부족한 규모로, 3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오차율을 기록하게 됐다. 2021년과 지난해에는 올해와는 반대로 대규모 초과세수로 두 자릿수대 오차율을 기록한 바 있다.
기재부는 일단 올해 인위적인 불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지방을 중심으로 불용 사업이 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했던 2013년의 경우 불용액은 5조3070억원으로 2012년(1조5572억원) 대비 크게 증가한 바 있다.
2021년과 2022년 초과 세수 사태에 이어 올해 대규모 ‘세수펑크’까지 이어지면서 정부의 신뢰도는 바닥을 치게 됐다. 지난해 2월 기재부가 ‘세수오차 원인분석과 세제 업무 개선방안’을 발표했지만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 역시 정부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당시 기재부는 “8월 세입예산안 편성 후 11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세수 변동의 특이사항 등을 반영해 필요시 재추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지난해 하반기 영업이익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음에도 재추계하지 않았다.
아울러 세수 추계 모형 공개나 세수 재추계 시기 조정에 선을 긋는 등 개선 대책 역시 특별할 게 없다는 지적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게 마치 예측할 수 없는 외부적 영향으로 어쩔 수 없이 결손이 났다고 변명하는데, 코로나19로 대규모 유동성이 풀린 후 세계적 침체 수순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예상한 일이었다”며 “단지 정부의 대규모 감세를 감추기 위해 세수를 의도적으로 과도하게 잡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