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된 초등학교 A교사는 과중한 업무와 내부 갈등 등에 시달려 온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전북경찰에 따르면 A교사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메모 형식으로 남긴 글을 통해 평소 과도한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다는 내용을 남겼다.
A교사는 지난 8월 30일과 31일 메모장에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너무 안 돼서 힘들다. 모든 미래, 할 업무들이 다 두렵게 느껴진다'는 글을 남겼다.
A교사는 6학년 담임이었는데, 방과후교실과 돌봄, 정보, 생활, 현장체험학습 등 업무 외에도 학교 축제, 친목회 등 비공식 업무까지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내부 구성원 간 갈등을 시사하는 심경도 표출하며 '개학하고 관리자 마주치며 더 심해진 것 같다, 늘 뭔가 태클을 걸고 쉬이 안 넘어가며 극P’라는 내용을 남겼다. P는 '성격유형검사(MBTI)'의 한 갈래로, 즉흥적인 성향을 말한다. 학교 상사인 관리자가 평소 계획적인 성격의 자신과 마찰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유족 측 판단이다.
A교사는 ‘업무 능력, 인지 능력만 좀 올라왔으면 좋겠다, 나 잘했었는데. 군산 1등, 토익 고득점’, ‘자존감이 0이 되어서 사람들과 대화도 잘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30일 작성한 유서에는 혼란과 안정이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 상태를 적시한 뒤 “폭풍 업무 오면 또 그렇게 될 거 같기도 하고’라는 심경을 표출했다.
유족은 A교사가 남긴 이런 유서 글을 공개하면서 “교사들이 교육활동,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고 밝혔다.
유족은 "작은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는 교육활동 이외 다른 업무를 많이 맡는다”며 “이로 인해 고인은 평소에 업무 스트레스를 언급하면서 업무 가짓수가 너무 많아서 힘들어했고 본인이 하고 싶었던 수업 연구 등에 차질이 빚어져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유족은 A교사가 사망 전 정신건강의학과를 2차례 찾아 상담과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전했다. 유족은 “고인이 너무 열심히 일하고 착했다. 이런 사실을 모두가 알아주고 인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북교사노동조합은 A 교사의 사인을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보고 전북교육청에 감사를 신청하고 순직 인정을 촉구했다.
정재석 교사노조 위원장은 “고인의 생전 기록을 보면 업무 과다는 물론 특정 교원과도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군산교육지원청이 사안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서 고인의 순직을 인정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북교육청은 진상파악에 나서 숨진 교사의 업무량과 해당 교장과의 갈등 등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앞서 A교사는 지난 1일 오전 군산지역 한 교량 인근 해상에서 숨진 채 해경에 발견됐다. 현장 인근에는 그의 승용차가 비상등을 켠 채 주차돼 있었다.
군산해경 관계자는 “해당 학교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며 “추가적인 조사를 마치는 대로 사건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