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남북이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해 맺은 9·19 군사합의가 5주년을 맞았다. 9·19 합의는 모든 공간에서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등 내용을 담았다. 합의 체결 당시 정부는 “사실상의 불가침 합의서”라고 평가했지만, 5년이 지난 현재 상황에서 합의 실효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사합의 체결로 북방한계선(NLL)과 휴전선 등에서의 우발적 충돌 위험은 감소했다. 하지만 북한이 합의 위반 행위를 반복하고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군사합의는 ‘빈껍데기’만 남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북한은 2019년 11월 서해 창린도 일대 해상완충구역에서 해안포를 사격했다. 2020년 5월에는 중부전선에서 우리 측 감시초소(GP)에 총격을 가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서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웠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과 경기 북부 등에 소형 무인기 5대가 침입했다. “북한이 지키지 않는 합의가 효력이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고도화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은 군사합의의 실효성을 흔드는 또 다른 요인이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전술핵무기 탑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탄도·순항미사일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2018년 군사합의 체결 당시에는 북한의 전술핵 위협이 크지 않아 우발적 충돌 방지와 적대행위 금지 등에 대해 남북 군당국이 합의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북한이 전술핵을 앞세워 대남 위협을 강화하고 한반도 전역이 전술핵 사정권에 놓인 상황에서 군사합의가 남북 간 충돌 위협을 줄이는 역할을 할지에 대한 의문은 커지고 있다. ‘군사합의 무력화론’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