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동의안 vs 한덕수 해임건의안… 與野 강대강 대치에 민생국회 파행

총리 해임건의안·野대표 체포안
같은 날 동시 표결할 가능성도
與 “단식 탈출구로 해임 주장
산적한 민생법안 외면 무책임”

‘상임위 출석 보류’ 예고했던 野
비판론에 “오늘부터 정상화” 번복

19일째 단식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18일 청구되자 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발의로 맞받았다. 이번주 본회의에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과 한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동시에 올라가 같은 날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날로 예정됐던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는 야당의 보이콧(거부)으로 대부분 취소됐고, 여야의 강대강 대결로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파행하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은 제출 이후 처음 열리는 국회 본회의(20일)에 보고되고 21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무기명 투표는 재적의원 과반수(150명)의 찬성으로 가결되는데 168석의 민주당이 발의한 만큼 단독 가결이 예상된다. 실제 통과된다면 헌정사의 첫 국무총리해임안 가결이다. 그동안 총리 해임건의안은 총 9차례 상정됐으나 모두 통과되지 않았다. 다만 해임건의안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여 야당의 정치적 공세에 그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권 국정 전면 쇄신 및 국무총리 해임·내각 총사퇴 촉구 인간띠 잇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민주당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는 “해임건의안이 의결된 뒤에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내각을 쇄신함으로써 국정 운영 방향을 바꿨으면 좋겠다”며 “이재명 대표 단식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도 관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도 20일 본회의에 보고돼 21일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이 대표 단식의 탈출구로 내각 총사퇴와 국무총리 해임을 주장하는 것은 의도 자체가 순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납득하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이날 상임위 회의에 대부분 불참하면서 향후 국회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에 관한 청원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야당의 불참으로 회의가 20분 만에 종료됐다. 여당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정쟁 때문에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하는 것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새로 지명된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까지도 보이콧을 선언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 정춘숙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신상정보 공개 대상 범죄를 확대하고 피의자의 머그샷(수사기관이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도록 하는 법률 제정안을 심사하려던 법제사법위원회도 야당의 불참으로 파행됐다.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산적해 있는 민생법안 처리를 외면하고 회의 일정을 파기한 민주당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안을 논하려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도 성명을 내고 “거대 야당은 국민을 속였다”고 토로했다.

한동훈 장관과 악수하는 韓총리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기획재정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역시 국정감사 계획서와 법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보이콧으로 열리지 못했다. 첨단전략산업 특위도 이날 기획재정부·환경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현안 보고가 불발됐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예정된 상임위 활동을 중단시킨 것에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상임위 일정을 보이콧한 민주당은 19일부터는 정상적으로 상임위 활동에 임할 예정이다. 민주당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오늘부터 상임위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닌 한 보류하기로 논의가 됐다”고 했지만 원내 1당의 국회 보이콧이라는 비판이 일자 방향을 튼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