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818억원.’
지난해 한 해 동안 금융당국이 보험사기로 적발한 금액이다. 보험사기 적발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으로, 적발 인원도 10만명대를 기록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보험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2016년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이 제정·시행됐으나 적발액은 2016∼2018년 7000억원대에서 2019∼2020년 8000억원대, 2021년 9000억원대로 올라서는 등 여전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개별 사안에서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연성 보험사기 등의 경우) 범행 수법이나 피해 금액 등의 측면에서 다른 범죄에 비해 죄질이 불량한 편이 아니라고 보일 수 있고, 피고인에게 전과가 없다는 점 등의 사정까지 고려되면 처벌 수준이 낮게 정해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보험제도를 이용한 사기’라는 특수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험사기죄로 인한 피해가 보험사의 손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수 보험계약자에게도 미치는 만큼 엄중한 처벌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7년간 개정 없는 보험사기특별법
보험업계는 보험사기 적발액이 매년 늘고, 범죄가 조직화·흉포화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법·제도 개선도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의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액은 전년(9434억원) 대비 14.7%나 뛰었고, 적발 인원(10만2679명)도 1년 전(9만7629명)보다 5.2% 늘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대와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보험사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 등 지능화·고도화되고 있으나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은 2016년 제정 이후 단 한 번의 개정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은 건전한 보험거래질서 확립 및 보험사기 사전 예방 등을 통해 사회적 손실을 줄이고자 2016년 3월 제정돼 같은 해 9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보험업권과 법조계에선 특별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고, 21대 국회에선 현재까지 총 17건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거액의 보험금을 타기 위한 강력범죄 사건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A씨는 친모의 사망보험금으로 본인 빚을 갚기 위해 60대 친모를 장기간에 걸쳐 자동차 부동액을 먹이는 방식으로 살해했다. 같은 해 B씨는 동생의 자동차보험금 수익자를 본인으로 변경하고, 보험금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증액한 뒤 부둣가에서 동생과 함께 타고 있던 차량을 바다로 추락시켜 운전석에 있던 동생을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사기 피해 막기 위한 법 개정 필요”
국회에선 보험사기 범죄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담은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7월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개정안은 보험사기의 알선·권유·유인·광고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보험사기죄와 동일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보험업 관련 종사자가 보험사기범죄를 범한 경우 기존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도록 하고, 보험사기 목적의 살인죄 등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기존 형벌에 비해 가중해 처벌토록 하는 내용 등도 담겼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실질적으로 최근 보험사기가 많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피해를 보는 금융소비자도 많은 만큼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내부 적발을 통해 보험사기 등을 밝혀내는 데 보험사가 기여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시행령 등을 통해 반영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