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원 경영 위기’…성남시의료원, 민간 위탁 놓고 市-시민단체 극한 대립 [밀착취재]

성남시의료원, 상반기 262억 적자
평균 입원 환자 100여명, 20% 활용
80% 이상 일반 외래·경증질환자
고비용 저효율에 市 민간 위탁 추진
시민단체 “시정붕괴”…주민소환 대응

경기 성남시의 ‘성남시의료원’이 올해에만 600억원 넘는 적자를 낼 것으로 추산되면서 시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시장 시절인 2020년 7월 출범한 시 의료원은 종합병원이 없는 구도심 주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의료기관의 성격이 짙지만, 운영의 비효율성을 지적받아왔다. 이를 두고 시 집행부와 지역 시민단체 간 견해차가 커지면서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정자교 붕괴 사태’를 겪은 성남시는 수내교 철거 후 재설치에만 300억원 넘는 예산이 들어가는 등 예산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성남시에 따르면 성남시의료원은 상반기에만 262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는 올 연말까지 손실 추계치가 633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성남시의료원. 성남시 제공

◆ 연간 633억 손실 추정, 위탁운영 추진에 속도

 

시는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공공병원의 이미지로는 시민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며 대학의료재단 등에 위탁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의료원에는 건립비용 1691억원과 시가 2016년부터 8년간 지원한 누적 출연금 2197억원을 합해 총 3888억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시는 지금까지 8년간 연평균 274억6000만원 정도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509병상 규모의 시 의료원은 현재 하루 평균 입원 환자가 100여명에 불과해 병상 활용률이 20%에 그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은 뒤 전담병원에서 해제되고 일상 관리체제로 돌아오면서 최신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 의료원의 하루 평균 수술 건수도 2020년 2.2건, 2021년 5.1건, 2022년 5.8건, 2023년 2.8건(6월 기준)에 불과하다. 외래 환자와 경증질환자 비중은 8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 상황”이라며 “운영하지 못하는 200여 병상 관리비용만 연간 1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주변에 대학·대형병원들이 즐비하지만 시 의료원이 여태껏 인턴-레지던트-전문의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업무량이 과중해 의사들이 좀처럼 일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선 8기 들어 12차례 모집공고(64명)를 내고도 9명밖에 채용하지 못한 이유다.

 

수치상 드러난 경영 악화는 신상신 시장이 주장하는 근본적인 경영개선책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신 시장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그에 걸맞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변혁 수준의 혁신적 도약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학병원 등을 보유한 의료재단에 위탁 운영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상진 성남시장.

◆ 시장 주민소환 추진, “시정 혼란”

 

반면 시 의료원의 위탁운영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신 시장의 주민소환 추진 의사를 밝히며 반발하고 있다. 

 

성남시의료원 위탁운영 반대·운영 정상화 시민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3일 자료를 내고 “신 시장의 시 의료원 위탁 강행, 병원 정상화 방기로 의료원이 무너지고 있고, 무능 불통 시정 책임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시장 임기 1년 2개월간 시장 직권을 남용해 시 의료원 민간 위탁 추진, 청년수당·청소년센터·금융복지지원센터 폐지, 공익활동지원센터 운영과 학교 밖 청소년 정책 중단 등의 조처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후퇴 또는 파괴했다. 시정 혼란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다음 달 성남시 중원구 선거관리위원회에 소환청구 대표자 신청을 할 예정이다. 선관위 승인이 나면 60일간 청구인 서명운동에 들어간다. 현행 주민소환법은 시·군 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 요건을 유권자의 15% 이상의 서명으로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