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씨 봉투에 필로폰…40대 주부 ‘밀수’ 알바?

A씨, 경찰에 "처음에 마약인 줄 모르고 시작

나중에는 봉투 안에 들었을 거라고 추측했다"

경찰은 필로폰을 대량으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시킨 혐의로 주부 A(46)씨와 국내 유통총책 B(39)씨 등 4명을 구속하고, 국내에서 필로폰을 사고판 4명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필리핀을 오가며 8차례에 걸쳐 필로폰 5천830g을 해바라기씨 봉투에 담아 밀반입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를 받는다.

 

필로폰 5천830g은 19만4천여 차례 투약 분량, 대검찰청의 '마약 암거래 시세표' 기준 194억3천여만원어치에 달한다.

 

일당은 밀반입에 특정 브랜드의 해바라기씨 봉투를 이용했다. 포장지 특성상 필로폰을 채워넣어도 촉감 등이 해바라기씨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필리핀에서 출국할 때 돈을 내면 기내 수하물 검사를 면제하는 '패스트트랙'을 제도를 이용했다. 국내 입국할 때는 기내 수하물을 별도로 수색하지 않는다.

 

A씨는 '블루'로 불리는 필리핀 내 밀수조직원에게서 한번에 50만∼100만원을 받고 필로폰을 500∼800g씩 들여왔다. 국내에서는 지하철역 물품보관함이나 고시원·빌라 옥상 등지에 필로폰을 갖다놓고 B씨 등 국내 유통책에게 전달했다. B씨는 풀숲과 화장실 등을 이용해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을 판매해 약 1천500만원을 벌었다.

 

필리핀 내 조직원은 텔레그램에서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연락해 A씨를 끌어들였다. A씨는 경찰에서 "처음에 마약인 줄 모르고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봉투 안에 마약이 들었을 거라고 추측은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7월 B씨를 검거한 뒤 필로폰 밀반입·유통에 가담한 7명을 추가로 붙잡아 차례로 검찰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필로폰 1천213g과 엑스터시 20정을 압수했다.

 

경찰은 '블루'를 비롯한 필리핀 내 조직원의 신원을 파악하는 한편 A씨처럼 필로폰 등 마약류를 국내로 들여온 이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압수된 1천213g을 제외한 4천617g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유통됐는지도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