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 모양으로 암 징후 찾는 ‘변기’…‘괴짜 노벨상’ 받은 韓 과학자 “항문 모양으로 신원 파악도 가능”

올해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박승민 박사가 스탠퍼드대에 있는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 앞에서 자신이 개발한 스마트 변기에 앉아 있다. 박승민 박사 트위터 캡처

 

한국인 과학자가 ‘스마트 헬스케어 변기’를 개발해 올해의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을 수상했다.

 

미국 하버드대 과학유머잡지 Annals of Improbable Research(AIR·황당무계 리서치 연보) 측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하버드대에서 시상식을 열고 화학·지질학, 문학, 기계공학, 공공보건 등 10개 분야의 이그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이날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소속 박승민 박사는 자신이 개발한 ‘스마트 헬스케어 변기’로 공공보건 분야 수상자로 선정됐다.

박승민 미 스탠퍼드대 의대 박사가 개발한 스마트 변기. 이그노벨상 유튜브 캡처

 

AIR 측은 “박 박사는 인간 배설물을 신속히 분석하는 ‘스탠퍼드 변기’를 발명했다”면서 “항문 모양(anal-print) 센서와 센서에 연동된 신원확인 카메라, 배변 분석을 위한 컴퓨터 영상 시스템, 소변 분석용 담금봉 검사, 통신 링크 등 다양한 기술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 변기는 소변에서 포도당이나 적혈구 등 질환과 관련한 유의미한 사항을 분석하고, 대변 모양을 시각적으로 분석해 암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 징후를 찾아낸다.

 

특히, 여러 사람이 변기를 사용해도 지문처럼 사람마다 형태가 다른 항문 모양으로 신원을 파악해 개개인의 추적 관찰이 가능하다.

 

박 박사는 영국 PA통신 인터뷰에서 “가장 개인적인 공간으로 여겨지는 화장실은 우리 건강의 조용한 수호자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스마트 헬스케어 변기’를 비웃을지 몰라도 이번 수상은 가장 개인적인 순간조차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상자들에게는 트로피와 2000년대 발행된 10조 짐바브웨 달러 지폐 1장이 상금으로 수여됐다. 짐바브웨가 초인플레이션을 겪을 당시 발행한 화폐로 현재는 사용되지 않으며 수집용으로 1∼2만원 수준에 거래된다.

박승민 미 스탠퍼드대 의대 박사가 개발한 스마트 변기. 이그노벨상 유튜브 캡처

 

박 박사에 앞서 이그노벨상을 받은 한국인은 모두 4명이다.

 

1999년 향기 나는 양복을 발명한 FnC코오롱의 권혁호씨가 환경보호상을, 2000년 대규모 합동 결혼을 성사시킨 공로로 통일교 문선명 총재가 경제학상을, 2011년에는 다미선교회 이장림 목사가 5명의 다른 종말론자들과 함께 인류 마지막 날을 매번 틀리게 예측해 수학상을 받았다. 2017년에는 커피잔을 들고 다닐 때 커피를 쏟는 현상에 대해 연구한 한지원씨가 유체역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이그노벨상은 미국 하버드대학교 유머 과학잡지인 AIR이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1991년 제정한 상이다. 이른바 ‘괴짜 노벨상’으로 불리며 ‘다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기발한 연구나 업적을 대상으로 해마다 노벨상 발표 전에 수여한다.

 

이그노벨상 명칭은 노벨상을 풍자해 만든 상으로, 가공의 인물인 ‘이그나시우스 노벨’(Ignacius Nobel)에서 이름을 땄고, 이그노벨(Ig Nobel)은 ‘고상한’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노벨(nobel)의 반대말로 ‘품위 없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행사 포스터에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