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소리(VOA)가 어제 미 암호화폐 분석회사 체이널리시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의 해킹조직이 지난해 미 블록체인 회사 하모니에서 탈취한 1억달러(약 1300억원)의 암호화폐 가운데 2190만달러를 러시아 불법화폐 거래소로 이체했다고 보도했다. VOA는 “북한 정권과 연계된 해킹 조직이 러시아 기반 거래소 사용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했다. 이 거래소는 불법적으로 암호화폐 자산을 세탁해주는 곳으로 알려졌다. 양국 간 사이버 지하세계 교류가 독버섯처럼 폭넓게 퍼져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북·러 정상회담에서 재래식 무기와 핵·미사일 기술 거래 의혹이 이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북한의 자금줄 만들기에 일조했다는 건 충격적이다. 북한은 암호화폐 해킹 탈취를 막기 위한 한·미·일의 공조가 강화되자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러시아를 활용해 안정적인 자금확보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 거래소들이 국제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자금 회수의 위험성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일립틱이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커조직 라자루스가 국제 수사기관의 자금 동결에 대응하기 위해 탈취 자산을 러시아 암호화폐 거래소인 가란텍스로 옮기고 있다고 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지난해 4월 미 재무부가 불법 자금 세탁 혐의를 받는 가란텍스를 제재 대상에 올렸지만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