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 가면 다른 것도 아닌 ‘음식’을 아끼는 시어머니 때문에 마음이 상한다는 며느리 사연이 전해졌다.
추석을 열흘 앞둔 지난 19일 밤 네이트 판에 <자식 먹는 것도 아까워하는 시어머니>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시댁은 남편과 시동생 두 형제”라며 “시동생네가 어릴 때 사고 쳐서 시댁에 들어와 살기 시작해 지금 12년째 아이 셋(12, 10, 7살) 낳고 살고 있다”고 운을 뗐다.
반면 A씨 부부는 재작년 결혼해 아직 아이가 없다고 소개했다.
그는 “제 남편도 14년 자취를 하다 결혼했는데, (시어머니는) 둘째 아들 어려서 발목 잡혀서 학교 졸업 못 하고 일하면서 애는 셋 낳고 힘들어하는 걸 안쓰러워 하신다. 그 다음은 손주들”이라고 했다.
A씨는 “저야 뭐 사실 (시어머니가 저희 부부에) 관심 없으시니 좋기는 하다”면서도 “그런데 저희가 (시어머니) 집에 가서 뭐 먹는 게 아까우신 것 같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A씨는 “(시댁에) 갈 때마다 조카들이 잘 먹고 하니까 먹을 것을 많이 사 간다”면서 “유명한 베이커리 가서 빵만 15개(5만원 어치) 사 가고, 샤인머스캣 한 박스(4송이), 복숭아 한 박스(12개), 한라봉, 레드향 이렇게 큰 박스째 사 간다. 생일 때도 홀케이크 중 제일 큰 걸로 사 간다”고 했다.
문제는 A씨 부부가 시댁에 갈 때마다 사 가는 음식들을 거의 맛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A씨는 “(시어머니는) 꺼내서 먹으면 (식구들이) 한 번에 다 먹어치운다고 매일 조금씩 (아이들) 준다며 너희는 ‘귤 먹어라’, ‘사과 먹어라’하면서 안 주신다”고 했다.
이어 “한두 번이지 내가 사간 건데, 나 먹는 게 아깝다는 게 기분이 상한다”고 했다.
A씨는 “남편도 처음엔 별생각없다가 점점 알아채고는 제 눈치보더라”면서 “정작 나머지 식구들은 아무 말 없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A씨는 올해 초 구정 때 빵이나 과일 대신 ‘오일 세트’를 사갔다고 했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먹을 걸 사오지, 이런 걸 사왔느냐’고 면박을 줬다고.
A씨는 “그 다음부턴 비싼 과일보단 그냥 오렌지, 귤, 사과, 포도 이런 걸 사가고,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빵 사가거나 롤케이크 같은 것을 사간다”라며 선물의 질도 자연스럽게 떨어졌다고 했다.
이어 “다른 식구들은 모르겠고 시어머니가 좀 ‘이걸 사왔네’하는 표정인데 모르는 척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A씨는 “오는 명절엔 또 얼마나 많은 음식을 하실지 모르겠다”고 운을 뗀 후 “아버님이 위에 형님 두 분이 돌아가셔서 남은 형제 중 ‘맏이’라 작은아버님과 고모님들 그 자식들도 인사하러 온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음식을 많이 하시는 줄 알았는데, 아무도 싸주지 않는다. (음식) 쟁여두고 애들 먹이려고 하시는 것”이라며 “제가 맛있다고 싸달라고 해도 없다신다”고 했다.
A씨는 “남편이 한마디 하긴 했다. ‘우린 앉아서 몇 점 먹는게 다인데 왜 그렇게 음식을 많이 해서 몇 시간 동안 전 부치고 하냐’고 뭐라고 했다”고 전했다.
A씨 남편이 “차례 지내는 것도 아니고 명절 분위기 내려고 하는 거면 가서 사거나 나눠서 (음식) 하자고, 우린 사올 테니까 시댁에선 하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시라”고 하자, 시어머니는 “다음부턴 음식 조금만 하자”고 답했다고 한다.
A씨는 “괜히 먹는 걸로 제가 점점 쪼잔해지는 것 같아서 저도 이런 제가 너무 싫어진다”면서 “제가 옹졸한 거냐”라며 글을 마쳤다.
이에 누리꾼들은 “그냥 용돈만 드려라. 뭐하러 먹지도 못 할 걸 많이 사가느냐”, “귀한 자식들 먹거리는 직접 사게 하시고 앞으로 얻어먹지도 못할 음식들은 사가지 마시라”, “친자식이 맞느냐. 명백한 차별 같다”라는 등 글쓴이 마음에 공감을 표했다.
반면, “어머님이 본인 드시는 것도 아니고 손주들 먹이려는 건데 서운하겠지만 이해해 달라”, “내 아이와 작은집 아이를 차별하는 거면 엄청 서운하긴 할 것 같은데 조카들 먹이려고 놔두는 건 그렇게 서운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등 시어머니의 행동이 이해는 간다는 내용의 댓글도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