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윤석열 정부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를 직격했다. 문 전 대통령은 무역수지에서부터 주가지수 등 각종 경제지표를 내세우며 지금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 좋았다며 자찬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을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한 것을 비롯해 지난달에는 전라북도의 세계잼버리대회 준비 부족과 관련해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고 언급하는 등 사실상 현실정치에 돌아온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 정부의 경제를 자화자찬한 문 전 대통령을 발언을 조목조목 따져봤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에 있어서 어느 보수 정권보다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할수 있을까.
◆진보정권이 경제성장? 국민소득 MB때 더 높아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전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언제 그런 날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파탄 난 지금의 남북 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기 짝이 없다”며 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은 “문민정부가 시작된 김영삼 정부부터 지금의 윤석열 정부까지 역대 정부를 거시적으로 비교해보면 이어달리기로 남북관계가 상대적으로 평화로웠던 시기의 경제성적이 그렇지 않았던 시기보다 항상 좋았다”며 “지금 우리가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 경제의 규모, 즉 GDP(국내총생산)가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한 시기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어달리기가 중단되었던 정부 기간에는 국민소득이 정체되거나 심지어 줄어들었다”며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 1인당 국민소득은 3만5000달러를 넘었는데, 지난해는 3만2000달러대로 국민소득이 떨어졌다”고 예를 들었다.
그의 주장은 사실일까. 문 전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진 진보 정부에서 안보 성적도, 경제성적도 월등히 좋았다고 주장했다. 즉 경제규모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한 시기는 노무현, 문재인 정부 때뿐이고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세계 13위로 하락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언뜻 진보 정부를 표방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경제성장률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 보다 앞선다고 오해할 소지가 높다.
문 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1인당 국민소득은 이명박 정부 시기 19% 증가해 문재인 정부(11%)를 앞섰다. 이명박 정부였던 지난 2008년부터 2012년사이 1인당 국민소득은 4071달러 증가했고, 문재인 정부였던 지난 2017년부터 2021년은 3397달러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지난해 브라질과 호주에 순위가 역전된 경제규모 순위 하락은 공급망 위기에 따른 원자재 수출국들의 교역조건 개선과 환율 상승에 기인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질성장률을 비교를 해볼 필요가 있다. 실질성장률의 경우 이명박 정부(3.3%)와 박근혜 정부(3%)의 경제성장률이 문재인 정부(2.4%)를 큰 폭으로 상회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경우 성장률 유지를 위해 과도하게 재정을 투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민간 활력 위축으로 인한 경제성장 둔화와 재정 건전성 악화를 촉진했다고 비판받을 수 있다.
실제 연평균 경제성장률에 민간이 기여한 민간성장기여율을 살펴보면 박근혜 정부는 76.7%였지만 문재인 정부는 59.7%로 나타났다. 이번 윤석열 정부의 경우 지난해 80.8%를 기록했다. 즉 문재인 정부의 경으 민간이 아닌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을 견인했다는 것이다. 그결과 대통령 재임 중 국가 채무 증가액이 170조원(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때 408조원으로 증가했다.
◆국가부채 文정부가 가장 낮다고? OECD 평균 2배
국가부채율 증가가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는 자찬은 어떨까. 그는 적자 재정과 관련해서도 “문재인 정부 코로나 기간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국가부채율 증가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해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의 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고 자찬한 뒤 “오히려 재정적자는 현 정부에서 더욱 커졌는데 적자 원인도 경기 부진으로 인한 세수감소와 부자 감세 때문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코로나 이전 2년 동안 사상 최대의 재정 흑자를 기록했고 OECD 국가 중 국가부채율 증가가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는 게 문 전 대통령의 주장이다. 세수감소와 부자감세를 주장한 현 정부로 인해 재정적자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 2년인 2018년과 2019년 관리재정수지는 적자 상태다. 즉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문재인 정부의 재정수지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특히 2018년 통합재정수지는 흑자(31조2000억원)이지만 사상 최대 수준이 아닌 역대 두 번째다. 사상최대 통합재정수지 흑자는 2007년 32조원이다. 또 2019년부터는 통합재정수지는 적자로 전환됐다.
또 문 전 대통령의 자랑과 달리 코로나 기간 정부 부채비율 증가폭은 우리나라가 OECD 평균 2배 수준에 달한다. IMF에 따르면 2022년 OECD 평균 국가부채비율 증가폭은 6.6%였지만 우리나라는 12.2%에 달했다. 또 2021년까지 일방정부 부채비율 증가폭은 20위로 OECD 국가 중 중간수준이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시절의 국가부채 증가가 코로나19 대응관련 예산이라고 변명하지만 당시 한국판 뉴딜과 지역사랑상품권 등 코로나19 대응과 관련성이 낮은 지출과OECD국가 대부분이 2021년부터 긴축으로 전환한 반면 우리의 재정 확대가 지속됐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수출은 어떨까. 문재인 정부 당시 수출은 14개월 이상 감소한 바 있다. 지난 정부 수출 호조는 우호적인 대외여건에 기인한데 반해 최근 대외 여건은 반도체 부진과 유가 하락, 중국의 봉쇄정치 등이 중첩돼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일본과 대만, 중국도 수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지난 정부의 수출 흐름이 이번 정부보다 낫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여기에 반도체와 선박 수출 개선효과 등에 힘입어 올해 4분기 중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당시가 윤석열 정부보다 저물가란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외적인 여건을 뒤로하고 단순히 물가만을 놓고 비교하긴 힘들다. 주요국 연평균 물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윤석열 대통령 재임시기인 2022년6월부터 지난달까지의 물가상승률은 4.6%로 이는 미국(6.1%)과 영국(9.6%), 독일(8.6%), OECD평균(8.8%)보다 낮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시기 국내 물가상승률은 1.6%로 당시 OECD평균이 3%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 정부가 주요국가의 물가상승률과 비교해 선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