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소비자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추석 성수품을 사야 하는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는 상태다. 4인 가구 기준 올해 추석 상차림 비용(대형마트 기준)은 평균 37만원가량이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년보다 4000원가량 오른 수준이지만, 가뭄 등으로 인해 과일 등 신선식품 물가가 치솟아 체감 상승 폭은 더욱 큰 상황이다.
정부는 20대 성수품을 기준으로 하면 2022년 대비 가격이 하락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추석 즈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1년에 비해 6%에 가까운 고물가였던 점을 고려할 때 ‘전년 대비 가격 하락’이라는 설명은 체감물가와는 괴리가 있다.
특히 지난해 추석을 전후로 한 8월과 9월의 신선식품 지수는 전년보다 12∼15% 치솟았다. “지난해보다는 낮아졌다”는 정부의 해명이 옹색한 이유다.
◆과일값 껑충… 체감물가 고공행진
2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9월 농업관측 정보에 따르면 이달 사과와 배, 포도, 감귤, 복숭아 등 대부분의 과일 가격이 1년 전보다 상승했다.
특히 사과값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해 9월 2만8400원이던 사과(홍로, 10㎏) 도매가격은 올해 7만∼7만4000원으로 전망된다. 이는 사과 생산량이 전년 대비 20.8% 줄었기 때문이다. 추석 성수기(추석 전 2주) 상황도 마찬가지다. 추석 성수기 사과 출하량은 품종 중 하나인 홍로의 생산량이 줄어 전년 대비 14% 감소한 5만6000t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지난해 6만3200원이던 추석 성수기 사과 가격은 12만∼12만8000원으로 2배가량 올랐다.
배도 출하량이 전년 대비 8%가량 감소하면서 추석을 앞두고 가격이 상승했다. 배(신고, 15㎏)의 추석 성수기 도매가격은 7만6000∼8만4000원으로, 전년(6만1800원)보다 최대 35% 이상 올랐다.
포도 품종 중 하나인 캠벨얼리의 도매가격은 3㎏당 2만∼2만4000원, 거봉은 2㎏당 1만8000∼2만2000원, 샤인머스캣은 2㎏당 2만∼2만4000원 등으로 전년과 비교할 때 10∼57% 올랐다. 복숭아도 도매가격으로 10㎏당 4만5000원(레드골드)을 기록, 전년(2만9200원)보다 54% 올랐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사과를 비롯한 주요 과일이 봄철 저온 피해와 여름철 집중호우 등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해 출하량 감소로 이어졌고, 경작지가 감소해 생산량까지 줄면서 전체적으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과일뿐만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하며, 지난 7월 2%대에서 다시 반등했다. 특히 국민 생활에 밀접한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6%, 전월 대비 9.9% 급등했다. 추석을 앞두고 수요가 늘면서 신선식품지수가 오를 것을 고려하면 서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가 잡아라”… 정부 총력 대응
추석을 앞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부처 주요 장·차관들이 잇따라 현장을 방문하며 물가 잡기를 독려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하나로마트를 찾아 추석 물가를 점검했다. 추 부총리에 이어 김병환 기재부 1차관도 이틀 뒤인 19일 충남 공주의 시장을 찾아 물가 안정 및 민생 지원 현장을 둘러봤다.
농수산물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등을 필두로 추석 성수품 물가 점검에 한창이다. 정 장관은 20일 오후 서울 창동 농협하나로마트를 찾아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성수품 수급 안정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했다.
정부는 추석 물가 안정을 위해 공급을 대폭 늘리고 있다. 19일 현재 14개 성수품의 공급량은 10만9000t으로, 당일 계획(9만t) 대비 122% 달성률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성수품 할인을 위한 지원 예산도 지난해 403억원에서 올해 410억원으로 증액됐다.
정부는 이러한 정책 대응으로 올해 추석 성수품 물가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밝힌 지난 19일 기준 ‘농·축·수산물 20대 추석 성수품 가격동향’에 따르면 20대 성수품의 지난 7일부터 18일까지 물가는 지난해 추석 전 3주간 평균값 대비 6.1% 하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추석을 전후한 8월과 9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각각 5.7%, 5.6%였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추석 물가 수준이 하락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8, 9월 신선식품지수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14.9%, 12.8%에 달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정부가 비축 물량을 방출하고 각종 행사 할인과 매장 할인이 어우러지면서 실제 소비자가격은 안정적 모습”이라면서도 “여전히 국민의 삶은 팍팍한 상황이고 성수품 구매에는 부담스러운 사람이 있기 때문에 안정 대책으로 차질 없이 소비자 부담을 낮추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석 연휴’ 이후 물가는 어떻게 움직일까. ‘고공행진’이 가라앉을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1.16(2015년 100 기준)으로 전월 대비 0.9%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이날 밝혔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생산자가 국내시장에 공급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통계로 일반적으로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생산자물가지수 상승 폭은 지난해 4월(1.6%) 이후 1년4개월 만에 가장 크며 올해 7월(0.3%)에 이은 2개월 연속 상승세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1.0% 상승해 5월(0.5%) 이후 3개월 만에 오름세로 전환했다. 농산물이 13.5%, 석탄·석유제품이 11.3%오르며 생산자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지수를 결합해 가격 변동을 산출하는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전월보다 1.4% 상승했다.
◆생산자물가 16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
집중호우로 인한 농산물 물가 상승과 국제유가 고공행진으로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16개월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농림수산품은 5년만에 가장 크게 가격이 올랐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1.16(2015년 100 기준)으로 전월 대비 0.9%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월(1.6%)이후 1년4개월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올해 7월(0.3%)에 이은 2개월 연속 상승세다. 전년동월대비로도 1.0% 상승해 5월(0.5%) 이후 3개월만에 오름세로 전환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생산자가 국내시장에 공급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통계로, 일반적으로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농산물과 유가가 두자릿수로 상승하며 생산자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국제유가 상승세에 석탄·석유제품은 11.3% 올랐다. 세부 품목별로는 경유(17.4%), 나프타(15.3%) 등의 상승폭이 컸다. 공산품 전체로는 제1차금속제품(-0.3%)이 내렸으나 석탄·석유제품, 화학제품(1.4%) 등이 오르면서 1.1% 상승했다.
집중호우와 폭염 피해를 입은 농산물도 13.5% 급등했다. 농산물은 2020년 8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배추(112.7%)와 시금치(56.7%) 등이 전월보다 크게 올랐다. 농림수산품 전체로는 수산물(0.0%)이 보합을 나타냈고, 농산물과 축산물(1.5%)이 올라 전월 대비 7.3% 상승했다. 2018년8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서비스(0.3%)도 운송서비스(0.8%) 등이 올라 전월 대비 올랐다. 반면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은 산업용도시가스(-5.8%)가 하락하며 0.5% 내렸다.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전월보다 1.4% 상승했다. 이는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지수를 결합해 가격변동을 산출하는 지수다. 수출까지 포함한 8월 총산출물가지수는 같은 기간 1.6% 상승했다. 공산품(2.1%), 농림수산품(7.1%), 서비스(0.3%) 등이 올랐다.
유성욱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9월 생산자물가지수 전망에 대해 “국제유가 오름세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지수에 다양한 품목이 포함돼있기 때문에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